2005년을 열흘 앞둔 20일 '국가보안법 연내 폐지'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불길이 영하의 날씨까지 녹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아래 국민연대)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국보법 연내폐지를 위한 1천인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마지막 투쟁의 불씨를 지폈다. 3백여명으로 시작된 단식농성이 1주일만에 5백60명을 넘어섰고, 단식농성 15일을 맞이하는 20일에는 1천349명이 이 운동에 동참했다. 국회의 계속되는 파행과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내세우며 갈팡질팡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때문에 국보법 폐지법안 처리가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위기상황이 영하의 추위에도 사상 초유의 대규모 단식농성단을 거리로 나서게 한 것. 이들은 기자회견 내내 "열우당은 야합을 즉각 중단하라", "국회의장은 직무유기를 즉각 중단하라" 등을 외치며 올해 안에 반드시 국보법을 폐지하자는 결의를 다시금 다졌다.
단식농성단은 22일 마로니에에서 종로를 거쳐 청와대 근처까지 촛불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24일에는 '국보법 없는 2005년을 맞아하자'는 구호를 내걸고, 명동, 서울역 등 동서남북에서 촛불을 점화해 광화문까지 행진을 벌이며 시민들에게 국보법 폐지를 설득해 나갈 행사도 이어진다. 또한 국보법 연내 폐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9∼30일에는 전국각지에서 여의도 농성장으로 집결해 1박 2일 철야농성을 벌이게 된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안에서도 국보법 연내 폐지를 촉구하는 국회의원들의 농성이 시작됐다.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명 전원은 '야합저지와 개혁관철을 위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으며,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을 비롯한 20여명의 의원들도 "4대 개혁입법안 통과를 위해 31일까지 240시간동안 계속해서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사실상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국제적 연대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재미동포 정유미 '미군학살만행 진상규명 전민족특별조사위원회' 사무총장이 이메일을 통해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연대서명을 요청하며 시작된 서명운동에는 18일 일본, 프랑스, 이집트 등에서 222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작가인 존 페퍼, 램지 클라크 전 미국 법무부장관 등 학생, 법률가, 교수, 의사, 활동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서명운동에 함께 하며 국내를 넘어 국보법 폐지를 위한 국제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 2722호
- 김영원
- 200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