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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즐거운 물구나무

내가 정말 가르치고 싶은 것


아이들은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고, 지나가던 교사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어떤 아이들은 싸우다가 다쳐 보건실로 가고, 어떤 아이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욕만 먹는다. 5년째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에서 매일매일 접하는 일들이다. 어느새 학생도 교사도 무뎌지고 지치기 시작한다.

언론과 교육청, 그리고 학교는 인성교육의 부재를 한탄하며 아이들을, 사회를 탓한다. '바른 인성'과 '바른 행동'을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상을 준다. 교사들은 '몇 번이나 이야기해야 알아듣겠니?'라며 태곳적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바른 인성과 바른 행동을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이런 방법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진정한 공유 없이 "너를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 해야해"라고 말로만 떠들기엔, 학교 울타리 안팎에서 아이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부조리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소풍 가던 길에 줄을 잘못 섰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맞고, 학원 가던 길엔 선배들의 괜한 시비에 시달리기도 한다. 학교는 공사 중이라 방과후에도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지 못한다. TV에서는 전쟁이 게임처럼 보도되고 자연은 편리를 위해 희생되며, 교과서에서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표현의 자유와 통일의 가치는 여전히 비현실적인 이상일 뿐이다. 이렇듯 학교 안팎의 우리네 삶은, 교과서에서, 학교에서, 교육청에서 소중히 여기는, 절대적인 가치들과는 반대의 모습으로 춤을 춘다. 교사들은 이론과 현실의 일치를 지향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간극을 인정하고 어느 정도 포기한다. 교육 내용과 삶에서의 실천 간 괴리를 용인하며 "아직 어려 모를 거야!"라는 안일하고 오만한 태도로, 아이들을, 사회를 탓하며 비현실적인 '교육'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정말 가르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이야기에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가져야' 하는 인성이나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만을 공허하게 외치고 싶지도 않다.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에 대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권의 시각에서 조목조목 따지고, 아이들과 함께 인권의 감수성으로 느끼고 싶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와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연대의 기지를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나를 포함한 우리 반 친구들이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의 한 소절이다. 아이들과 정말 나누고 싶은 것, '더불어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음!', '희망을 노래해야 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