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이 창간된 지 벌써 11년 5개월이 되었다. <인권하루소식>을 창간하고, 하루하루 팩스를 보내던 날들을 떠올리면 지금도 끔찍함이 몰려와 두려움이 앞선다. 어떻게 그 긴 하루들을 보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사실 그동안 나를 이어 <인권하루소식>을 맡아 쉼없이 달려온 수많은 활동가들에게 미안하였다. 괜한 짓을 해서 활동가들의 생명을 많이도 단축시켜 놓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인권하루소식>을 폐간하자고 몇 년 동안 주장해왔는데, 팩스신문을 마감한다고 하였을 때 아쉬움보다는 기쁨이 더했고 이제서야 조그마한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오늘 <인권하루소식> 창간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진실을 전달하는 데 주저함이 없겠다고 다짐했던 <인권하루소식>이 93년 9월 7일 창간될 때에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인권문제가 마치 해결된 것처럼 언론에서 인권의 목소리가 사라졌다는 절박함에서 탄생하였다. 인권운동을 한다는 우리들이 옆에서 동료가 남영동으로 잡혀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이와 같은 사실들을 전하면서 길어올린 창작품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을 걱정해 주던 많은 사람들이 "그거 매일 낼 수 있나?", 소식이 얼마나 된다고 일간지를 내느냐는 등등의 걱정과 회의스러운 반응 속에서도 정 쓸 기사가 없으면 '오늘은 평화의 날입니다'라고 보내면 되겠지라는 배짱으로 시작하였지만, 오늘까지 단 하루도 평화의 날은 없었다.
<인권하루소식>이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것을 기뻐하면서, 동시에 팩스신문이 창간 당시에는 최첨단의 매체였음에도 팩스라는 한계 때문에 숙명적으로 지녀야 했던 약점으로 <인권하루소식>에서 소외되었던 인권정보의 약자들을 배려하는 방안이 모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에게 건강하게 살아남았음을 축하한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염규홍/인권하루소식 창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