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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쉿! 우리 얘기도 들어보세요"

체벌, 학습부담 주제로 '왁자지껄 어린이 이야기마당' 열려

오늘은 어린이날이에요. 학교 안 가고 하루 종일 신나게 놀 궁리로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어쩌면 오늘도 "넌 공부 안하고 종일 놀기만 할거니"라는 잔소리를 듣거나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부모님께 얻어맞아 퉁퉁 부어있을 어린이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많은 어린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함부로 대접받은 경험을 했을 거예요. 누군가 우리 동무들에게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아 보렴" 하고 얘기해준다면 할 말이 무궁무진하겠지요. 때마침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바로 어제(4일), <인권교육을위한교사모임> 선생님들이 여러 어린이들을 초대해 왁자지껄 이야기마당을 열었거든요.

이야기마당 현수막이에요. 여기 있는 사진은 모두 이야기마당에 참석한 한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거예요.

▲ 이야기마당 현수막이에요. 여기 있는 사진은 모두 이야기마당에 참석한 한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거예요.



첫 번째 이야기 주제는 "때리지 마세요"였어요. 이 자리에 온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님이나 담임선생님, 학원선생님에게 맞았던 경험을 털어놓고, 그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었어요. 처음 마이크를 잡고 수줍었는지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더니 곧 여기저기서 마구마구 이야기거리를 쏟아냈어요.


"사랑한다고 때려도 되나요?"

"거짓말했다고 쇠파이프 같은 걸로 아빠한테 맞았어요. 아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까불었다고 선생님이 엎드려뻗쳐를 시켰어요. 무지 기분 나쁘고 선생님을 원망하게 됐어요."

어른들이 어린이를 때린 이유는 왼손잡이라서, 거짓말을 해서, 까불어서, 학원에 늦게 가서, 방을 잘 정리하지 않아서, 공부를 안해서, 동생을 잘 이끌지 못해서, 이유없이 등 다양했어요. 몽둥이나 쇠파이프, 빗자루 같은 물건을 이용해서 심하게 때린 경우도 있었고, 왜 그랬는지 설명도 들어보지 않고 다짜고짜 매부터 든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맞고 나서 자기 잘못을 반성했다는 어린이도 있었지만, 기분이 나빴다, 억울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한 어린이도 많았어요.

동무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 동무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몇몇 어린이들은 "너무 심하게 말고 적당히 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어린이를 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동무들이 다른 의견을 내놓았어요. 이여정 어린이(대동초등학교 6학년)는 "어른들은 적당히 때린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린이가 느끼기에는 심할 수 있으니까 적당히 때려달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짐승도 때려서 키우면 성격이 나빠진다는데, 우리가 짐승도 아니고 꼭 때려야 하나요?"라고 말했어요. 같은 학교 김진종 어린이(6학년)는 "어른들은 '사랑의 매'라고 하시지만, 우리가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부모님을 때려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체벌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생각에 반대했어요. 왜 친구들끼리 때리는 것도 안되고, 어린이가 어른을 때리는 것도 안되는데, 어른이 어린이를 때리는 것만 허락해야 하느냐는 거지요.

이어서 어린이들이 어른들에게 바라는 점을 발표하고 첫 번째 이야기마당은 마무리되었어요. "때리지 말고 말로 잘 설명해 주세요." "때리기 전에 꼭 때려야 하는지 한번 더 생각해 주세요." "어릴 때부터 맞으면 맞는 게 습관이 돼요." "잘못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함께 상의했으면 좋겠어요." "때리는 것만 폭력이 아니고, 말도 폭력이 될 수 있어요. 어린이에게 함부로 욕하지 마세요."


공부에만 갇혀 살 수는 없어요

두 번째 이야기 주제는 "놀 시간이 없어요"였어요. 우리 동무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이 자리에 모인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교 수업이 끝난 뒤 학원을 두세 개 다니고 저녁 먹고 밀린 숙제를 하다 보면 놀 시간이 전혀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열어보였어요. 공부가 너무 많다 보니 "매일매일 똑같고 지루하다", "피곤하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답답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나 봐요.

동무들의 생각을 직접 써서 벽에 붙이기도 했어요.

▲ 동무들의 생각을 직접 써서 벽에 붙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여러 어린이들은 지금 다니는 학원 중 한두 개는 끊고 원하는 학원만 다니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어요. 어린이에게 공부에만 갇혀 지내라고 하지 말고, 동무들과 놀고 쉴 시간도 보장해달라는 것이지요. 부모님께 공부를 하나 안하나 감시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한 어린이도 있었어요.

윤영우 어린이(동작초등학교 4학년)는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해요. 어린이들이 충분히 놀면 나중에 알아서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될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이준용 어린이(창도초등학교 6학년)는 "어른들은 만날 사회생활 잘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지금 당장에도 어린이들이 공부 이외에 여러 가지 사회생활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어요"라고 의견을 보탰답니다.

이 글을 읽은 동무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날 어린이들이 털어놓은 소망들이 어른들에게 꼭 전달되어서 어린이들이 소중하게 대우받고 더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각해 봅시다]

1) 심하지 않으면 때려도 되는 걸까요?

어른들 중에는 어린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매를 들거나 호되게 야단을 치는 사람이 많아요. 이런 방식에 길들여져서인지 어린이들 중에도 잘못을 했다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무들이 가끔 있어요. 심하게 때리는 게 아니면 괜찮다는 거지요.

그런데 맞을까봐 무서워서 행동만 조심하는 건 진짜로 변하는 게 아니에요. 마음은 변하지 않고 행동만 아닌 체하는 일도 있으니까요. 또 잘못하면 맞아도 된다는 생각은 잘못하면 때려도 된다는 생각을 낳게 돼요. 그러다 보면 폭력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커져갈 거예요.

누구에게도 어린이를 때리거나 상처를 입힐 권리는 없어요. 부모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에요. 우리의 행동과 마음이 정말 바뀌기를 원한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어도 되지 않을까요?


2) 노는 건 쓸모 없는 일일까요?

어른들은 어린이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시키려고 해요. 그래서 노는 것은 시간낭비라고만 생각할 뿐, 어린이가 더 잘 놀 수 있게 도움을 주려는 어른들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어린이는 놀이를 하면서 동무들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우고 상상력을 키워요. 그래서 어른들에게도 쉬고 노는 일이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이에게는 행복하게 놀 시간이 더더욱 소중하답니다. 또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여유있게 지낼 수 있으려면 쉴 시간이 꼭 필요해요. 그러니 어른들은 어린이에게 쉬고 놀 권리가 있다는 걸 모른 척해서는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