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두발자유는 기본권"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권고는 학생의 두발 규제 자체를 교육적 조치인양 여겨왔던 일부 주장과 논란에 종지부를 짓고, '두발자유'가 기본적 권리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제 교육당국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앞으로 어떠한 구체적 조치와 대안을 마련할 지 그 행보에 수백만 중·고등학생의 촉각이 모아지게 됐다.
4일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 및 시·도 교육감에게 "학생두발자유는 기본권으로 인정되어야한다"고 밝히고, "각 학교 내 학생 두발 제한과 단속은 극히 한정적으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무엇보다 인권위는 "학생의 두발 자유가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이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권리로서 인정되어야한다"고 밝혔다. 또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두발제한 규정을 근거로 학생들의 두발을 일률적이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헌법 및 아동권리협약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밝힌 이러한 원칙이 무엇보다 큰 의미를 갖는 것은 그간 두발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길이의 정도'나 '규율을 지키는 것도 교육'이라는 '생뚱 맞은' 지점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을 제자리로 옮겨 놓았다는 데에 있다. 두발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기본적 권리라는 인정은 교육당국이나 각급 학교에서의 학생두발 논의 기준과 시작을 제시하는 것이다. 학내 두발문제는 '얼마만큼 제한할까?'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두발자유는 기본권인데, 과연 제한이 불가피한가?'하는 지점부터 논의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인권위는 두발 제한의 내용과 절차도 학생들의 가치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된 합리적인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강제이발과 같은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 두발 제한이 "교육목적상 필요최소한의 규제 범위에서 이뤄져야한다"는 인권위의 권고는 교육당국 스스로에게 규제의 근거를 밝힐 것을 요구한 것이다. 두발 규제가 교육목적에 비춰, 어떻게 제한되어야 하는지 기본권을 제한하는 교육당국이 증명해야 할 몫인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인권침해를 방조하며 '학교장 재량권'으로 책임을 떠넘겨 왔던 교육당국의 지도·감독 역할을 꼬집어 주는 권고이지만, '교육목적상'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여전히 아쉬움이다.
이제 공은 교육당국에게 주어졌다.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각급 학교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할 때이다. 교육당국이 '두발자유는 기본적 권리'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수용할 지, 수백만의 초롱초롱한 눈과 귀가 주목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날 '강제이발'과 '여학생에 대하여 머리를 묶도록 한 규정' 등 3건의 진정에 대해서도 인권침해라고 판단하고, 각 학교장에 대해 "강제이발 재발방지"와 "학생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두발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 2845호
- 어린이/청소년,일반
- 고근예
- 200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