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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사상의 자유 모욕하는 '저주의 굿판'을 집어치워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지휘서를 검찰총장에게 보냈다.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한 헌법정신이 '공안사건'이라고 달리 적용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장관의 지적은 옳다.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글 때문에 고초를 겪고 있는 강 교수가 증거인멸의 우려는 물론 도주의 우려도 없다는 지적도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다. 반면 사상초유라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가 검찰의 독립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공안검찰에게는 강 교수의 학문적 성취를 재단할 자격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 누구도 공안검찰 따위에게 머릿속을 헤집을 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

강 교수를 둘러싸고 요란하게 벌어지고 있는 '저주의 굿판'은 국가보안법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시장경제체제를 부인하는 교수에게 배우면 채용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한상공회의소 김상렬 부회장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같이 숨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저주를 퍼부은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그러하다. 강 교수를 쫓아내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동국대 이사장이나 작년 말 보안법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이런 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며 안도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마찬가지다.

강 교수의 주장에 대해 반이성적 비난을 쏟아 붓는 세력들의 시계는 한국전쟁과 함께 시작된 냉전체제에 멈춰 있다. 집안싸움인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나고 희생자도 적었을 것이라는 강 교수의 '역사가정법'은 노근리 사건 등 한국전쟁 중 민간인 학살을 묵인 내지 외면한 연합군 총사령관의 책임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이 낳은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그 나름의 표현법이라고 우리는 본다. 이것이 설령 무리한 주장일지라도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탄압하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아니다.

강 교수를 사회에서 축출하려는 이들이 자본주의 시장질서와 등치시키며 금과옥조처럼 입에 올리는 '자유민주주의'는 다수의 사상이 시민권을 가지고 경합하며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 가는 진정한 민주주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이들이 오늘 강 교수를 향해 겨눈 국가보안법이라는 칼날은 해방 직후 친미반공세력이 미국의 대소전진기지 전략과 자본주의체제구축 전략에 부응해 민중의 토지개혁과 친일청산 요구를 짓밟았던 바로 그 칼날이다. 한국전쟁으로 강화된 사상의 자유 탄압은 '자유민주주의'만을 강요하며 사회를 질식시켜왔고 오늘날에도 신체의 자유 박탈까지 위협하며 계속되고 있다. 민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대안적 이데올로기 선택을 근본적으로 가로막아 왔던 오래된 칼날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강 교수가 지금 겪는 고초는 헛되지 않을 것이다. 그를 제물로 '거하게' 벌어지고 있는 굿판은 한국전쟁과 국가보안법으로 공고해진 반이성적 반공체제의 '마지막 축제'임이 곧 드러나리라 우리는 믿는다.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이롭게 한다는 지극히 자의적인 판단만으로도 사상·결사·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국가보안법은 인간의 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사상탄압법이다. 인간사고의 결정체인 사상을 정통과 이단으로 가르고, 이단으로 못박힌 사상을 국가폭력으로 제거하려는 체제유지법이다. 국가의 안전이라는 허상 앞에 사상의 자유를 무릎 꿇리려는 모든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