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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다시 창간의 초심으로 새 매체를 만들 것을 다짐하며

<인권하루소식> 3천호 마감 인사

"우리는 참다운 자유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실을 전달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진실을 찾기 위해 본질을 파헤침에도 두려움이 없다. 뜨거운 연대와 애정은 우리의 용기를 북돋을 것이며, 날카로운 비판은 우리의 필봉을 더욱 날선 칼날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시린 칼날'로 인권유린의 현장을 가차 없이 내리칠 것이다." - <인권하루소식> 창간사에서

<인권하루소식>의 역사를 3천호로 마감하면서 우리는 다시 창간사를 읽는다. 이른바 문민정부의 개혁놀음에 취해 "'안보'와 '질서'의 이름 아래 인권이 광범위하게 유린되고 있는 사회"를 보지 못하던 그 시절에 우리는 마침 보급 중이던 팩스를 윤전기 삼아 초라하게 <인권하루소식>을 창간했다. 제도언론이 관심을 두지 않던 인권현장의 소식을 취재하고, 인권침해의 그 현장을 재구성하고, 그 때만 해도 생소하기만 한 인권의 언어로 재해석하려 했던 순간들…2,3면의 지면에 소식과 정보와 논평을 편집하여 넣다 보면 어느새 창밖에는 아침에 다가왔다. 그런 불면의 밤을 지새워 우리는 팩스에서 PC통신으로, 인터넷 이메일로, 우편으로 부지런히 하루소식을 전달했다. 그러기를 3천 번, 우리는 창간사에서 밝힌 것처럼 "가마 메는" 고단함을 인권운동의 고단함으로 여겨왔고, 다행히도 마감하는 오늘까지 우리는 단 하루의 결호도 내지 않았음에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참다운 자유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열했던가. 인권유린의 현장을 가차 없이 내리칠 수 있도록 칼날을 시리게 벼려 왔던가 스스로 묻는다. 인권소식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될 수 있었고, 하루소식의 기사를 언론사들이 취재원으로 삼았으며, 무수한 특종을 냈다는 그 영광 뒤에서 우리는 변화된 인권의 환경을 마주한다. 인권침해를 일삼던 투쟁의 대상이었던 국가가 인권행위자로 나서고, 인권의 이름으로 이해관철을 위한 이전투구가 만연하고 있는 시대 우리가 서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이다.

민주화는 자유를 가져왔지만, 평등 없는 자유는 기만임을 확인하는 이때, 말기 자본주의의 광포한 바람이 민중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평화는 늘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이때에 우리는 다시 창간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우리의 설 자리를 지난한 논의 과정을 통해 찾아왔다. 충분히 발달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인권현장의 속보들이 신속하게 전달되는 매체 환경의 변화도 주요한 고민의 계기를 이루었다.

인권의 언어는 확장되었지만, 우리가 꿈꾸던 더 이상 <인권하루소식>을 발간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의 아침은 오지 않았다. 아직도 "시린 칼날"을 벼리고 내리쳐야 할 인권유린의 현장은 교묘한 미디어의 이면에 자리하고 있고, 국가의 폭력은 구조적으로 배제된 인권의 영역 밖에 존재한다. 지금은 다시 인권의 담론을 재구축하고, 진보적 인권론을 세워나가야 할 때라는 것이 그간 3천 번이나 밤을 새우며 <인권하루소식>을 발행했던 인권운동사랑방의 고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이상 <인권하루소식>의 고단함과 그로부터 얻어온 영광은 포기하되 더욱 매서워진 인권의 눈으로 반인권의 현실을 폭로하는 것, 세상에 만연한 인권침해와 차별의 구조를 파헤치는 일에 다시 나서려 한다. 이미 지난해에 기획꼭지들을 강화하였듯이 이제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좀 더 깊어진 시각으로, 좀 더 넓어진 시야로 다시금 "시린 칼날"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여전히 우리는 가마를 메는 고단함을 기꺼이 자임할 것이며, 인권의 이름으로 자유세상, 평등세상이 오는 그날까지 우리의 고단한 노력을 쉬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그간 <인권하루소식>을 성원해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리며, 오는 4월 새로운 매체로 찾아올 것을 12년 6개월, 3천호를 발행했던 <인권하루소식>의 역사적 소임을 마감하는 인사로 대신한다.

2006년 2월 28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