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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전쟁반대 국가인권위 의견에 대한 인권단체 공동성명

국제민주연대,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 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부산인권센터, 새사회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인의 꿈너머,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 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동성애자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총 19개 단체)

<성명>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환영한다!
정부는 평화와 인권의 원칙에 위배되는 파병 계획 철회하라!
국회는 평화와 인권의 원칙에 위배되는 파병 동의안 거부하라!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의견 -반전·평화·인권-을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의견서에서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하며 "이라크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군사력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 "이라크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며 "이라크와 관련된 사안을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 헌장에 위배되는 일방적인 침략 행위이자 민간인의 생명권을 비롯해 여타의 모든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지금의 이라크 전쟁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

특히 불법적인 침략 전쟁과 중대한 인권침해에 가담하는 결과를 낳을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시점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같은 의견을 발표한 것에 우리는 주목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파병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와 관련된 사안을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입각해 접근할 것을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에 권고한 것은 곧 파병
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번 의견을 그 누구보다도 귀를 기울여야 할 여야 정당들이 즉각 딴죽을 걸고 나선 것에 대해 깊은 분노를 느낀다. 민주당은 "우리 정부가 이미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에서 이런 의견 제시는 부적절하다"라고 평했다. 한나라당은 "국가기관이 사실상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본분을 망각한 국론 분열 선동행위"라며 "인권위원장은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니고 있는 독립성에 대한 무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며, 인권과 평화에 위협이 되건 말건 어떻게든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의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기존의 어떠한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인권에 반할 때는 문제를 지적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인권위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다. 국가인권위원회
의 전쟁 반대 입장 표명이 정부의 기존 방침과 다르다고 해서 결코 탓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가 현재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전쟁에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정작 비난받아야 할 대상은 딴 데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이 제멋대로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한 정부 부처들이며, 여기에 기꺼이 맞장구치는 것을 마다 않는 다수의 국회의원들이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요구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 대다수의 의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수용, 전쟁지지 선언 및 국회에 상정한 파병 동의안을 철회하라.

-정부는 현재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위원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토론(뉴욕 시각 26일∼) 등에서 전쟁 반대와 유엔을 통한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 지지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유엔안보리를 통한 전쟁 중단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 유엔 비상 총회를 소집하는 데 적극 나서라.

-여야 정당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중단하라.

-국회의원들은 만약 끝내 파병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될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수용, 평화와 인권의 원칙에 위배되는 파병 동의안을 부결시켜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의 원칙에서 물러섬 없이, 전쟁 반대 입장을 고수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