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박동수 씨의 최후진술 중 방북추진 동기


(생략)먼저 방북취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이 생각했던 계획을 말씀드리면, 저희들은 올해 노동절에 북한을 공개리에 방문하여, 노동절 행사에 참관하고 공장사업소들을 순회 방문하여 북쪽 노동자들과 상호오해와 불신을 해소하여 화해와 단합을 실현하고 통일문제를 협의한 후 광복절에 판문점 혹은 제3국을 경유하여 귀국하려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바랬던 것은 통일에 가장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의 첫 교류를 실천함으로써 앞으로 노동자의 다양한 자주교류 실천계기를 마련하여 통일운동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들의 방북취지를 정세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민족의 통일의지가 더 이상 외세에 유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남북당국자들은 우리 민족의 통일염원을 모아 91. 12월 남 북 화해 불가침, 남북교류 협력의 내용을 담은 남북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함으로써 통일은 이제 실천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있지도 않은 북한의 핵문제를 들고나와 TS 훈련을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한 당국은 자주적으로 북과 대화하지 않고 소위 "국제공조체제" 운운하며 외세의존 정책을 취하면서 남북합의서 실천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남북이 화해하고 통일로 가길 기대했지만, 정세는 다시 외세의 간섭으로 대립하게 되었으며,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는 다시 한 번 짓밟혔습니다. 언제까지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받아가며 민족의 수치를 참아야 합니까? 저는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이겨내고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세와 싸워야 하며, 그 힘은 민족 대단결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민족전체가 자기의 계급계층의 이익보다 민족의 이익 앞에 무조건 단결하는 그 힘만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여겼습니다.(생략)

이제는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 그리고 타 계층과 연대하여 민주주의 참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도, 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조국통일 투쟁을 이끌어 통일을 실현시키는 길 밖에 없습니다. 남북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통일을 바랍니다. 그들은 체제경쟁과 갈등. 대립으로 그들이 생산한 민족의 재산이 낭비되지 않고 민족구성원의 복지와 민족사회 발전에 사용되길 바랍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만나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씻고 화해하고 단합하여 통일실현방도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합니다. 저는 청년학생들이 임수경양의 방북을 성사시키고 자주교류투쟁을 힘차게 진행하여 통일운동을 대중화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노동자들도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습니다. 저는 전국단위 노동운동 조직들이 청년학생처럼 남북 노동자의 자주교류투쟁을 전개하여 노동자 통일운동을 발전시키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실천움직임은 없고, 민족 내부정세는 냉전해체 등 통일실현에 유리한 외부환경에도 불구하고 긴장과 대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라도 노동운동내의 통일물꼬를 트기 위하여 노동자의 가장 경사스러운 날인 노동절에 노동자 방북을 추진하기로 결심했습니다.(생략)

저는 이 같은 결심을 하고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고민했습니다. 첫째는 제가 방북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임수경양처럼 조직의 대표도 아니고 문익환 목사님이나 황석영씨처럼 이름 있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 통일을 위한 길에 나서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또 통일만이 노동자가 살 길이라고 믿으며 노동운동을 해 온 한사람으로서 통일을 위해 실천하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둘째는 정세와 통일운동 발전문제를 놓고 고민했습니다. 문민정부 수립이후 현정부의 개혁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공감을 하는 상황에서 저희들의 방북이 국민들과 유리되고 운동권을 탄압하는 명분이 되지 않겠는가? 라고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개혁과 통일을 지향하는 현 정부가 과거 군사정권처럼 민간통일운동을 탄압하기가 쉽지 않고, 현 정부의 통일의지를 시험하는 잣대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노동자의 통일물꼬를 터 통일운동 발전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방북을 실천하기로 결심했던 것입니다.

방북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적 판단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고려할 점이 있어서 그것을 규명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들의 이번 사건으로 서노협과 북부지역 노조활동에 누를 끼친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그 벌은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실천의지로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저희들의 방북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좌절됐지만 앞으로 노동자들이 통일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믿습니다. 노총이나 전노협 등 노동자 전국조직이 북의 조선직업 총동맹과 만나고, 포항제철 노동자가 북의 김책 제철소 노동자와 서울지하철 노동자들이 평양지하철 노동자들과 만나는 등 남북 노동자 서로가 여러 가지 교류를 통해 서로 화해하고 단합하여 통일실현의 길로 나가는 날이 빨리 올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