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2
"못 배웠으니까 이렇게 숨어서 살아왔지. 못 배웠으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몰랐잖아. 배운 사람들이 가만 있으면 안돼, 배운 사람들이 해야지…"라는 한 할머니의 말씀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면서 깊은 성찰을 하게 한다.
정부와 우리 각자는 무엇을 했는가? 가난해서 배울 기회가 없었던 이들 할머니들은 조국의 희생 제물이었다.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서 성노리개로 짓밟혔던 그들의 치욕적인 과거와 찢겨지고 상처 난 그들의 가슴을 누가 어루만져주었던가? 할머니들은 부끄러워했고, 챙피 하게 여겨서 고향에도 못 갔고…숨어서 소리 없이 이제껏 살아왔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어느 할머니는 "돈도 싫고, 옷도 싫고, 다 귀찮고, 죽고만 싶다"고 한다. 얼마나 한 맺힌 삶을 살아왔기에, 지칠대로 지쳐서 삶을 마감하고 싶을 뿐일까.
누가 할머니를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낮은 목소리" 기록 영화로서 할머니들의 삶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역사에 기록으로 남게 되었으니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가지 아쉽게 느끼는 것은 좀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할머니들이 살아온 증언이라든가 사진을(증언집에 실려진) 재촬영 해서 삽입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최옥순(상지 피정의 집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