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사지법,"국가는 문국진씨에게 1억 4천만원 지급하라"
과거 군사정권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법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13부(재판장 성문용 부장판사, 주심 최혜리 판사)는 4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559호 법정에서 문국진(35)씨가 제기한 고문후유증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심에서 "국가는 문씨에게 1억4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발작 및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필요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조사를 강행, 징벌방에 가두는 등의 조치로 원고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원고측의 주장을 인정하여 수사관계자 등의 직무집행상의 위법행위로 인해 입은 피해를 배상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기한 3년의 손해배상청구권 공소시효 만료 문제에 대해서도 "불법행위 당시 예상할 수 없던 손해가 발생하였거나 예상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비로소 새로이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봐야 한다"며 공소시효에 대한 진일보한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문씨의 치료비를 포함하는 고문후유증 치료와 문씨가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상의 피해에 대해서도 배려하여, 배상액을 결정했음을 밝혔다.
문국진 씨의 부인 윤연옥(33)씨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에 대한 고문후유증을 인정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고문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이들은 수사기관의 불법행위로 인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짓밟혔으므로 당연히 이들의 원상회복과 치료까지 국가가 책임져야 하고,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두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한 김종경(44)씨, 반제동맹당사건으로 고문당한 박충열(35)씨 등이 제기한 민사소송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씨의 재판결과를 주목해온 5, 6공 시절의 고문피해자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국진 씨는 86년 '보임·다산사건'으로 수배를 받다 같은 해 10월 청량리경찰서에 자수했다. 그는 청량리경찰서에서 김낙현(93년 사망)씨 등의 수사관들로부터 3일간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고문을 당했고, 이후 성동구치소에서도 징벌방에 갇히는 등의 고문을 당하다가 발작증세를 보였다. 87년 3월 기소유예로 출소한 그는 현재까지 일곱번째 발병하였고, 현재도 고대구로병원에 입원해 있다. 변호인은 백승헌 변호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