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의 권리조약(이하 조약)을 정부나 학계에서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라 부른다. 조약에서 아동은 '만 18세 미만인 자'를 가리키므로 어린이.청소년의 권리연대회의를 구성한 21개의 민간단체들은 '아동'이란 단어가 일반인에게 주는 의미의 한계를 생각하여 '어린이.청소년'이라 부르기로 했고, 국가의 의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협약'보다는 '조약'으로 부르기로 했음을 밝혀둔다.
조약에서 어린이의 생명.생존.발전권을 규정한 조항은 제 6조, "1. 당사국은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다. 2. 당사국은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아동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하여야 한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권이란 타인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의 생존을 확보하는 경제.사회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당사국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한다.
우리가 권리를 말할 때는 생명이 있는 인간들 사이의 '행위'를 전제한다. 생명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므로 그 변화발전에 따르는 자유가 필수적이고, 생명을 유지·신장하기 위한 물질적·정신적 필요조건이 충족 되야만 한다. 더구나 인간은 그저 먹고 마시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생명보존을 포함하여 나름대로 삶의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면서 산다. 여기서 인간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두 가지 권리가 생겨난다. 즉, 목적을 지닌 생명체로서 살아가기 위한 행위의 '자유권'과, 그렇게 행위하면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사회(복지)권'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약에서는 6조의 생존.발전권과 관련하여 '도달가능한 최상의 건강을 누릴 권리,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권리(24조)',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26조)'등과 함께 광범위한 시민권(13, 14, 15, 16조)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황하게 자유권과 복지권을 얘기하기 전에 심하게 말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다행인 상황이다. 얼마전의 대구가스폭발사고에서 희생된 청소년들의 예를 보듯 5-14세의 어린이의 사망원인의 45.5%가 불의의 사고에 의한 것이며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의 37.5%가 집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우리의 환경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려주고 있다. 해마다 각종 매스컴과 사회단체에서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여야만 치료받을 수 있는 어린이들이 수천명에 이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예방'의 의료정책이나 값싼 의료서비스의 혜택과의 간격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닌가?
아이들에게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된다고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가? 귀가 후에 양치질을 하면 병이 예방된다고만 가르치면 아이들은 건강할 것인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언제쯤 가르칠 것인가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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