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차 유엔인권위 회기중 특별보고관의 보고서 발표가 있은 이틀 뒤인 11일 특별보고관과 한국인권단체협의회 참석자들과의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이날 참석자는 특별보고관외에 특별보고관 보좌관 Marc Moquette씨와 김선수, 한택근 변호사, 김은영(민변), 장혜선(인권협)씨이다.
-올해 보고서의 대상으로 한국이 선정된 이유는?
=첫째, 우리는 한국이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더 진전된 민주주의가 가능한 정도의 발전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지도자, 정부관료뿐만 아니라 여론형성층 및 정책결정자들을 만나 ‘왜 민주주의의 진전속도가 더 빠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둘째, 한국은 아시아에서 독일과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다. 우리는 한국민주세력이 독일의 경험을 배워 남북한 사이에 더 나은 통일실현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알고 싶었다.
또한 한국으로부터 입수한 보고서의 일부 내용, 즉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대립이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학생시위, 노동 불안정과 그밖의 것들에 대해 우려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의 이러한 면들을 조사하고, 의사표현의 자유가 어떤 방식으로 지켜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왜냐하면, 의사표현의 자유는 한국민주주의의 완만한 변화와 이행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한국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느끼기에 한국의 민주주의와 발전적인 구상을 실현코자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국보법은 문제가 많았던 50년대 냉전기의 산물인 만큼 지금은 재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변화의 관점에서, 우리는 국보법이 대체될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꼈다.
-보고관은 사상전향제도를 이해하고 있는 몇 안되는 외국인 중의 한 사람인데, 이 문제를 처음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나는 한국이 민주개혁과 권리라는 측면에서 태평양지역에서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은 많은 인권단체들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는 주변국들과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이 인권을 억압하지 않는 사회로서 본보기가 될 수 있다면, 주변국들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국보법에 의해 체포된 사람들에 관해 들었을 때, 나는 괴로웠다. 이 문제를 갖고 한국 정부관료들과 논의했을 때, 정부관료들은 “한국이 여전히 안보문제를 안고 있으며 인접국가들의 무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어 국보법을 폐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대표들은 실용주의적 필요성 때문에 이 상황이 계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용주의와 함께 도덕성을 가져야 하며, 이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때문에 국민 일부의 의도를 의심하느니 보다 국민들을 믿는다는 견지에서 한국정부와 지각 있는 지도층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사상전향제도의 희생자 중 일부 특히 장기수들이 30년 이상 구금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보는데.
=그렇다. 우리는 체포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석방돼야 한다고 몇 년 동안 제안해 왔다. 이 사건들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조사차 방문시 한국정부의 반응은 어떠했나?
=한국정부 장관들과 그 밖의 다른 여러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정부는 안정과 변화라는 두 가지 노선을 갖게 마련이다. 안정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보수세력을 대변하고,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매우 진보적인데 이들 두 세력간의 갈등은 국가안보문제에 대한 그들의 입장에서도 반영된다.
-의사표현의 자유 증진을 위해 한국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의사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존 법률을 계속 검토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의견의 불일치는 있을 수 있고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입장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국민의 권리인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정부에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가? 한국정부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보고관과 위원회는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유엔은 조정기관일 뿐 국가에 대한 집행기관이 아니다. 우리는 각국이 올바른 진로를 모색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유엔에서의 이러한 우리의 역할을 과장해서는 안되며, 반대로 유엔의 역할을 너무 과소평가해서도 안된다. 유엔은 인류의 도덕적 양심의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입장은 힘의 정치의 일부일 수밖에 없는 강대국의 입장과 상충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일은 다른 시대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왔다. 이제까지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해왔지만 냉전시대의 종식과 공산권의 붕괴로 인해 새롭게 조성된 환경을 생각해 보면, 어느 때보다도 민주주의와 자유에 유리해졌다. 그러나, 자유는 얻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힘든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작업은 끝이 없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계획은?
=터키, 페루 그리고 알바니아를 방문할 계획이지만 이 방문은 그 나라들의 사정에 달려있다.
-북한도 방문할 계획인지
=작년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김일성 주석 애도기간으로 가능치 않았다. 계속 북한을 방문하고자 노력할 것이지만, 북한의 초청이 있어야 가능하다.
【제네바=장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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