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집회신고에 노부모까지 끌어들여
LG그룹 해고노동자 성한기(42) 씨와 이동렬(37) 씨의 단식농성이 11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LG그룹은 여전히 ‘복직 절대불가’라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으며, 심지어 단식농성을 방해하기 위해 상식이하의 대응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그룹은 지난 15일 해고자 복직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날 김영기 LG그룹 인사담당 이사는 회사를 방문한 김세균 전해투지원대책위 집행위원장에게 “해고자 문제는 그룹 경영방침인 자율경영 원칙에 따라 각 사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뿐 아니라 정도경영에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LG는 이밖에도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았고 △타그룹에서의 미복직자가 LG의 3-5배에 달하며 △노조나 현장사원들의 해고자 복직 요구가 없다는 점 등을 복직불가의 이유로 내세웠다.
한편 두 해고자의 단식농성을 방해하기 위해 LG측은 고향집의 노부모까지 끌어들이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김천에 살고 있는 이동렬 씨의 8순 노모는 지난 15일 아들의 단식사실을 알리는 우편물을 받은데 이어, 인근 지서에서 전화통보까지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구미의 성한기 씨 가정과 선산의 고향집에도 성 씨의 단식을 중단시켜달라는 편지와 전화가 왔다고 성 씨는 밝혔다.
성 씨에 따르면, 회사측이 보내온 서신엔 “당신의 사랑하는 자식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으니 건강이 염려되므로 설득해 데려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한다.
또한 LG는 해고자들의 농성을 막기 위해 농성장소로 사용되어 온 여의도본사 앞 도로에 유령집회를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 여름 대우정밀 해고자들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대우그룹측이 사용했던 방법으로서, LG그룹내 유통, 전자, 전선, 화학, 산전 등 5개 계열사는 이틀씩 돌아가며 19일부터 12월 8일까지 20일 동안의 집회를 미리 신고함으로써 해고자들의 농성을 원천봉쇄해 버렸다. 따라서 해고자들은 여의도광장 한켠에 농성장소를 따로 마련했다.
LG 측은 집회신고 첫날인 19일엔 오전 8시30분부터 약 30여분간 그룹 직원 30여 명을 동원, ‘환경문화 정착하자’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벌였으나, 이후 집회마감 시간인 일몰 시간까지 어떠한 집회나 시위도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