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카드 공청회, 찬반 공방 치열
95년부터 독자적으로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추진해 오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모양 갖추기에 나선 인상을 주고 있다. 내무부는 내년에 전자주민카드가 시범 실시될 예정인 제주도에서 지난 19일 설명회를 가진 데 이어, 24일 한국프레스센타에서 전자주민카드 공청회를 가졌다. 이날 공청회에는 「전자주민카드 시행반대와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의 김기중 변호사 등 시민대책위측과 내무부 관계자 등 9명이 토론자로 참석했으며, 양측 간의 치열한 찬반 공방이 벌어졌다.
내무부측이 설명하는 전자주민카드의 필요성은 “주민편의와 비용절감, 정보화 마인드의 구축을 위해서”로 요약된다. 김돈기 내무부 주민과장은 “현행 주민등록증이 위․변조가 용이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민카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뿐 아니라, 운전면허증․의료보험카드 등을 통합함으로써 휴대가 간편해지고 발급 절차가 간소해지는 등 주민 편의가 증진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분증 경신에 따르는 경비 절감과 행정업무의 간소화, 정보마인드의 강화도 주민카드가 가져다 줄 효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각종 증명과 정보가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되는데 따른 ‘개인 정보 누출시의 위험성’과 ‘정부통제의 강화’를 우려하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김기중 변호사는 “전자주민카드 시스템은 단순히 여러 신분증을 하나의 IC카드에 수록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화된 개인정보가 상호 유통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전자주민카드 시스템에 의한 행정부의 통제 강화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인 권력의 분립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자주민카드의 실시로 우려되는 ‘정보 유출 및 보안 문제’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보안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기술적 보안대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주민카드는 각각의 증명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병렬적으로 배열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타 기관에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은 무리한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전자주민카드 도입의 법적 문제와 관련해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주민카드의 소지를 강제함으로써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성마저 강제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과잉 제한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민 기본권에 본질적 영향을 미치는 주민카드의 도입은 내무부령이 아닌 국회의 법 제정으로 추진되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전자주민카드는 그것이 전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충분한 여론수렴과 법적 보완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서의 찬반 공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예정대로 사업을 밀고 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배동인 강원대 교수는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은 신중한 검토 속에 반드시 국민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