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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영화 ⑤ <꽃잎>, <부활의 노래>

5․18 영화의 민중적 방식


영화는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래서 영화를 꼼꼼히 분석하면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관찰하고 해석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광주민중항쟁을 다루고 있는 영화를 분석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광주항쟁을 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5․18을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는 단편을 제외하고는 장선우 감독의 <꽃잎>과 이정국 감독의 <부활의 노래> 단 두편에 불과하다. 사회․역사적 비중에 비해 단 두편이라는 적은 수에 불과한 것은 그동안 국가기구와 자본의 검열, 그리고 제작사와 감독의 자율적 검열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한 시기에 단편영화로 습작의 시기를 거친 이정국 감독이 5․18을 소재로 한 <부활의 노래>를 과감히 데뷔작으로 들고 나왔다. 독립영화 방식으로 제작된 <부활의 노래>는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였던 ‘박관현 열사’와 항쟁 초기 유인물을 통해 선전활동을 벌였던 ‘들불야학’, ‘윤상원’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10․26시기 전부터 광주항쟁이 치열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박관현 열사가 옥중에서 단식으로 사망하는 시기까지를 연대기적으로 다루며 여기에 멜로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어느 정도 고증에 입각한 픽션의 형태를 띈 이야기를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반면에 장선우 감독의 <꽃잎>은 5․18 당시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정신이상이 된 ‘소녀’와 막노동자인 ‘장씨’의 사연을 한 축으로 하고 소녀를 찾는 오빠 친구들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한 축으로 얼기설기 진행되면서, 그 사이를 소녀의 기억이 불안스럽게 끼여드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활의 노래>는 5․18을 소재로 하여 민중적 예술관을 보여주는 신인감독다운 치기가 흘러내리고, <꽃잎>은 감독 자신의 스타일을 개척해나가려는 치열함과 중견감독다운 노련함이 엿보인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영화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탐구한다. 영화의 탄생은 인간의 객관적인 이성을 강조하고 시각의 우월성, 개인의 개성을 자율적 영역으로 설정하는 초기 부르조아 이데올로기가 개화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의 중심인 인간은 원근법이라는 자신의 관점에서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을 소유하기를 욕망하였고 그 결과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프레임의 대칭적 구성 방식이나 정적인 구도 등이 그 산물이다. 즉, 이러한 시각양식의 유형은 형성된 이데올로기로 특정 사회의 물질적 권력을 비밀스럽게 추구하는 부르조아 이데올로기의 끝없는 재생산이다.

그렇다면 <부활의 노래>와 <꽃잎>은 어떠한가? 두 영화 모두 단지 소재만 민중적인 것을 다루고 있을 뿐 소재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부르조아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꽃잎>은 그래도 조금은 부르조아적인 방식을 탈피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진정으로 5․18을 다루고자 한다면 새로운 시각적 스타일의 창조를 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5․18을 민중적 방식으로 영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송덕호․민주언론운동협의회 영화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