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대신 비판적 시각 키워줘야
서울시내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 5백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생들의 상당수가 다양한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471명(90.1%)이 성인용 만화를 본 경험이 있으며, 성인용 비디오영화 4백50명(86%), 포르노 비디오 4백41명(84.3%), 음란 컴퓨터 프로그램 408명(78.0%)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략 중학교 시절 처음으로 음란물을 보기 시작했고, 대부분 친구에게 빌려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음란물을 본뒤 모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강하게 느낀다'고 답한 학생이 16.4%(85명)이나 되었으며, '조금 느낀다'고 대답한 학생이 34.9%(18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일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주최로 마련한 "건강한 청소년 성문화 창출을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서 '음란물과 청소년 성비행'의 주제로 발표된 김준호(고려대 사회학과).김혜원(이화여대 심리학)씨의 조사결과이다.
김지혜(성폭력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씨는 "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방치하거나 유통시키고, 게임으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성인들이 존재하는 한 청소년들의 성문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제껏 음란물에 대한 대책으로 항상 규제와 단속 및 심의부분에만 비중을 두어왔는데 이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면서 "이들 학생 스스로 자신들의 성에 대한 입장과 시각 및 당면문제에 대해 보다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모색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