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오히려 강화해야”
피의자가 판사를 대면하고 변명의 기회를 가질 권리.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했던 것이 영장실질심사제다.
그러나, 최근 영장실질심사제는 검찰과 일부 검찰출신 국회의원들의 형사소송법 개정 움직임에 의해 그 근본정신이 훼손될 위기를 맞고 있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검찰측의 주요 논리는 “판사 대면권(심문청구권)은 판사의 권리가 아니라 피의자의 권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의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불필요한 심문은 오히려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검찰은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원칙과 예외를 뒤집어 놓은 궤변이자 함정이라는 것이 법원과 인권옹호자들의 반박이다.
법원측은 “개정안은 피의자 심문을 실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예외적으로 심문을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정신과 국제인권조약(「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B규약)」)에 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용환 변호사도 “판사대면권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인권이며,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생기고 안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실제 검찰의 관심이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있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곽노현 교수(방송대)는 “검찰의 내심은 피의자의 인권보호가 아니라, 피의자 심문청구권 행사가 20~30%로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데 있다”며 “피의자가 자신의 절대적 권리인 심문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결국 수사기관의 강압과 회유, 흥정에 의한 것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법원 등은 현행 영장실질심사가 여전히 국제인권조약보다 미흡하며, 따라서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현재 판사 앞에서의 변명권을 보장받지 못한 피의자가 20%에 달한다”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적법절차, 재판청구권, 평등권 위반 등 위헌 시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곽노현 교수는 “이들 20%에 해당하는 피의자의 대부분이 중범죄 사건, 정치적 사건, 공안사건 관련자들”이라고 지적하며,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완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장실질심사제 실시 이후 달라진 점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것은 수사초기 경찰의 고문과 가혹수사가 대폭 사라진 점이 꼽히고 있다. 곽노현 교수는 “영장실질심사제도의 의의는 적은 비용으로 획기적인 인권신장을 이뤄내는 것”이라며 “이를 검찰과 법원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B규약 9조 3항
“형사상의 죄의 혐의로 체포되거나 또는 억류된 사람은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기타 관헌에게 신속히 회부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