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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36년만의 출소, 최하종 씨

“기쁜 게 부끄럽습니다”, 첫 소감

36년 만에 감옥문을 나선 최하종(72) 씨의 출소 첫 소감은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석방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감옥에서) 나오게 된다는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이 먼저 든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점이 부끄럽습니다."

석방대상자라면 누구에게나 당연했을 기쁨이 왜 칠십 노구의 장기수에겐 부끄러울 수 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여전히 감옥에 남아 있는 '동지'들에 대한 죄스러움 때문이었다.

이날 최 씨는 여느 석방자들과 달리 교도소 정문을 통과해 바깥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수십년간 감옥에서 동고동락한 신인영(69·31년 구금) 씨가 수십명 인파의 환영 속에 대전교도소 정문을 통과하던 순간, 최 씨는 납치되다시피 교도소 뒷문을 통해 갱생보호소로 이송된 것이다. 남한 내에 연고자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뒤쫓아온 후원인들의 도움으로 갱생보호소에서 나온 최 씨는 만감 속에 환영객들의 포옹을 받을 수 있었다.

72년의 인생 가운데 정확히 반평생을 감옥 안에서 보내고 나온 최하종 씨는 스스로를 '다섯살배기 어린아이'로 비유한다. 최 씨는 "전화를 어떻게 거는지,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심지어 못질을 어떻게 하는지조차 모르는 생활무능력자가 되어버렸다"며 "앞으로 세파를 헤쳐나가는 것이 적지 않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최 씨는 '비전향 출소 장기수'들의 삶터인 봉천동 '만남의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일궈나가게 된다. "감옥에 있을 때 바깥의 지원이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었듯이 앞으로도 계속적인 도움을 바란다"는 최하종 씨는 한편으론 "서둘러 세상에 익숙해진 뒤, 겨레가 하나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