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석, 강용주, 김진성 씨 고문사례 발표
매주 목요일마다 어김없이 진행되는 민가협 목요집회가 최근 '안기부 고문 피해'사례를 잇따라 폭로하고 있다.
지난 9일 제224차 목요집회에서 김낙중, 양홍관 씨(이상 남한조선노동당 사건·92년)의 '안기부 고문피해' 사례가 발표된 데 이어, 16일 열린 제225차 목요집회에서는 강용주(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85년), 김삼석(남매간첩 사건·93년), 김진성('하남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97년) 씨의 피해사례가 각각 폭로되었다.
이날 소개된 김삼석 씨는 김영삼 문민정부 들어 첫 '간첩사건'의 피해자였으며, 김진성 씨도 96년말 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이후 첫 피해자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사람들이다.
"가족 들이대며 협박"
집회에 직접 참석한 김진성 씨는 "안기부는 내가 한총련을 배후조종해서 바르샤바에 대표를 보냈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부인하자 계속 구타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검찰에 넘어갈 때까지 죄명조차 몰랐고, 다른 혐의가 터무니없자 결국 이적표현물 소지죄 등으로 기소되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무엇보다도 "안기부가 가족을 들이대며 협박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안기부 수사관들은 사법고시를 준비중이던 동생을 거론하면서 "동생이 밑에 와 있다. 네가 제대로 안하면 사법고시고 뭐고 없다"며 협박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다"고 회고하며, "안기부는 과오를 그냥 덮어둘 것이 아니라, 진정 과거의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9월 30일 만기 출소한 김삼석 씨는 "안경을 벗고 나면, 빰과 정강이에 손바닥과 주먹질, 구둣발이 번개같이 왔다 갔으며, 남산 안기부 지하실에서 수사받은 지 일주일이 된 날, 명찰 160번을 단 수사관이 성기를 만지는 등 인간이하의 취급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김 씨는 또, "당시 수사를 맡았던 채 과장이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 2급서기관으로 승진하는 등 고문수사관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맞지 않기 위해 허위자백"
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현재 14년째 복역중인 강용주 씨의 사연도 소개되었는데, 강 씨는 △주먹과 구둣발에 의한 집단 구타 △발가벗고 손들고 서있기 △발가벗기고 허벅지 구타하기 △손등을 플라스틱 자로 때리기 △성기를 책상 위에 올린 뒤 때리기 등의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대독된 편지를 통해 "당시 구타당한 주된 이유는 안기부 수사관들이 조작해 놓은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맞지 않기 위해 그 내용을 외우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조작사실'을 호소했지만, 검사는 '다시 남산에 가고 싶냐'고 협박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모든 것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날 목요집회 참석자들은 '안기부 개혁'과 '과거 인권유린 진상공개'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