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0년만에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의 정부, 집권하면 이 나라에 양심수가 없게 하겠다고 공약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하여 실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98년 3월 13일 국민의 정부가 단행한 첫 사면은 수많은 양심수 중 74명만 석방, 사면 취소 등 우리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실망과 분노감마저 들게 하였다.
98년 7월 25일 현재 40년을 넘게 자유를 박탈당한 우용각 선생을 비롯한 17분의 초장기수를 포함해 455명의 양심수가 감옥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김대중 정부가 모든 양심수들을 조건없이 석방하고 사면, 복권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우리는 정부가 다가오는 광복절을 기해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준법서약을 받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하여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의 자유는 자신의 양심을 표명할 것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 형사범과 달리 양심수에게만 준법서약을 요구한다면 이는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준법서약제도를 즉각 철회하여야 한다.
민주주의와 경제를 함께 발전시키겠다던 김대중 정부 아래서도 여전히 엄청난 수의 양심수가 양산되고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구속된 노동자를 비롯한 학생, 청년들의 수는 무려 232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민선자치단체장까지도 반국가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이것이 중세의 ‘마녀사냥’과 무엇이 다르며 독재정권의 폭압통치와 무엇이 다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무차별적인 공안탄압은 민주주의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구속되어 조사중이거나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모든 양심수들을 석방하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더불어 한총련과 범민련, 그리고 재판이 진행중인 진보민청 등에 대한 이적단체 규정을 즉각 철회하고 모든 정치적 수배자에 대한 수배 조치를 해제하여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결코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양심수의 석방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제도적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말로만 인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인권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국가보안법등 반민주악법을 폐지해야만 할 것이다.
- 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 -
이 성명서는 지난 7월 30일 재야원로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내용입니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