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부터 주민등록증 일제 경신작업이 시작되었다. 방송차량 홍보와 주요 역과 거리마다 나붙은 공고문과 현수막은 이 사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국민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정부는 "21세기를 맞이하는 국민을 위하여 새 주민등록증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고자" 디자인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입상작에 선명히 표시되어 있는 '지문날인'은 과연 정부의 말처럼 "국민들에게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인권하루소식>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의 의견을 모아 보았다.
▲ 한국의 주민등록증 제도는 한마디로 '중복적'이고 '과다'한 정보확보 수단이며, 발상 자체가 억압적이다. 현재 정부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으면서 원하는 정보를 '자동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 목적이 분명하고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인구정책'이 목적이라면 '전출입신고'로 충분한데,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현대 생활에는 운전면허증, 여권 등 주민등록증의 대용품이 충분히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번호' 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강제적인 의무가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신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는 '복지'를 제공한다는 일종의 '계약'인 것이다.
지문날인은 범죄기록을 위해 형사범에 한해 채취되는 것이며, 전국민의 지문을 채취하여 관리하겠다는 생각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미국 유학생 유인국)
▲ 현재 경신되는 주민증은 전자주민카드의 전단계라고 생각된다. 화가 나고 불쾌하다. 상품에 붙는 바코드 같다. 개별로 고유번호가 찍혀서 사람의 모든 행적이 감시되고 통제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인권에 대한 생각이 뒤떨어져 있고 정보유출을 통한 인권침해가 잦은 우리 나라에서 전자주민카드는 악성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할 것이다.(외국인노동자협의회 사무국장 이윤주)
▲ 주민등록증의 전산화가 고도화되는 가운데 개인의 정보는 유출되고 당사자 개인은 방치되어 있다. 이미 141개의 주민등록표 항목 중 71개가 전산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개개인의 정보를 국가가 알고 있을 이유도 없고 무리하게 독점할 이유도 없다. 전국민을 예비범죄인화 한다. (전북지역 정보통신연대 한하늘)
▲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대응을 끌어내는데 어려움을 느낀다.(부산 참여연대 박재율 차장)
▲ 새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주민증은 학력, 혈핵형 등 141개 항목에다 개인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불필요한 부분까지 국가가 관리하며 개인을 통제하려는 제도이다. 기존 주민등록증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자체가 당면 과제인데 정부는 오히려 전자주민등록증을 추진하려 했고, 저항에 부딪치자 전자지문을 채취하는 플라스틱 주민증으로 일단 시작해보려는 것이다. 전국민 모두의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여 디지털로 보관하겠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사회진보연대 홍성만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