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인 가족, 실효성있는 장애인 대책 촉구
정신지체인에 대한 강제불임시술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15일 성공회대성당에서는 사회복지시설내 불임수술의 문제점과 대책마련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0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이 공청회에는 2백50여명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에 나선 오혜경 가톨릭대학 교수는 “강제불임은 적자생존의 명분으로 우생학에 토대를 둔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불임시술은 논의의 주제조차 될 수 없는 반윤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부모와 시설, 국가 등에 의한 불임수술은 출산에 예상되는 불편을 예방하고자 하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본인의 동의없는 강제불임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개인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임성만 장봉혜림재활원(정신지체인 재활시설) 원장은 “우리사회는 그동안 장애의 문제를 가정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이에 대한 안전망을 준비해오지 못했다”며 “불임수술의 모든 책임을 가족과 시설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시설에 대한 통제와 육성 등에 앞장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대책 미흡이 불임수술 원인
공청회 자리에는 정신지체인 가족들이 대거 참석해 의견을 피력했다. 14살난 정신지체인 딸을 둔 아버지는 “딸이 학교에서 갑자기 생리를 시작하면 부모는 만사를 제쳐놓고 생리대를 들고 학교로 뛰어가야 합니다. 딸은 아무리 타일러도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런 딸이 아이를 갖게 된다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불임수술 여부를 놓고 부모를 욕하지만, 만약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준다면 우리 역시 이런 방법을 택하진 않을 겁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다시한번 병신으로 만들고 싶겠습니까”라며 무책임한 국가의 장애인 대책을 질타했다. 또한 아들이 정신지체 1급이라는 임영옥 씨도 “지난 6년 동안 아들의 취직을 위해 직업도 버린 채 뛰어다녔지만 세상은 변한 것이 없고 정부의 대책마련 약속도 모두 허구였다”며 “언제나 되야 실효성있는 정부대책이 나오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날 공청회는 장애인대책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대안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주제발표와 토론 등이 학문적 조명에 그쳐, 이번 공청회 역시 이전 공청회와 별반 다르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