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국내언론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
지난 22일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인권이사회에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정부 보고서를 심의받기 위해 다녀온 법무부 참가자들은 26일 국내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 “이사회 위원들이 정부측 답변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들이 좌경폭력적 성격을 보여 이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한총련의 실체’라는 책자를 위원들에게 회람하자 위원들이 정부측 설명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사회, “국보법 7조 남용 심각해”
유엔이 작성한 회의록엔 당시 위원들이 “정부보고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기록돼있다. 회의를 주제한 메디나 위원은 총평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으나 한국정부가 국민여론을 문제삼아 국가보안법 개정을 늦추고 있다”며 “여론이 자유권 조약을 위반하는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에 위원들이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다르게 메디나는 “지난해 57명이 고문 등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중 51건이 기각됐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가혹행위 척결에 대한 정부의지에 의심을 제기했다.
옵서버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가했던 박찬운 변호사도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위원들은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정부측 답변을 인정하지 않았고 국가보안법 7조의 남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며 “상당수가 국가보안법에 의한 구금이 50일까지 가능하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성문제와 사법부의 독립, 주민등록의 지문날인 문제 등도 위원들의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모르코 등에 비해 호의적이었다?”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작성한 법무부의 이성욱 검사는 “국가보안법 7조의 남용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르코 등과 비교했을 때 정부 보고서가 위원들의 호의적 반응을 얻은 것은 확실하다”며 “함축적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그렇지 회의내용을 왜곡, 허위 공포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옹색한 변명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제출한 보고서는 91년부터 96년까지의 인권사항을 정리한 2차 보고서로 이에 대한 유엔인권이사회의 심의결과는 오는 11월 중순경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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