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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원, "초기증상도 산재"

망간중독에 근로복지공단 산재인정 거부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인정을 거부당한 노동자들이 법원에서 산재 판결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수년간 용접공으로 일해온 건설일용직 노동자 권기섭(42, 포항시 남구 송도동), 박종백(49), 오영문(44) 씨 등이 낸 근로복지공단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은 권 씨 등의 산재를 인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권 씨 등이 15-20년 간 망간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용접작업을 해오면서 지속적으로 상당한 양의 망간에 노출돼왔다"며 "이들이 모두 망간중독증의 정신증상인 성격변화와 기억력 및 주의력 저하, 우울증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중 한 명은 망간중독증의 신경학적 증상인 파킨슨증후군의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망간중독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사전에 치료할 필요성이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평소 잦은 어지러움과 우울증을 호소하던 권 씨 등은 지난 97년 건강진단을 통해 망간이 몸안에 다량 축적돼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측은 "망간이 몸 안에 축적된 것은 인정하나 신경학적 검사상 망간중독과 관련된 뚜렷한 임상징후가 없고 권 씨 등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망간중독증의 증상으로 볼 수 없다"며 이들의 요양신청을 거부했고 이에 권 씨 등은 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거부

현재 망간중독이 발전한 파킨슨증후군 초기증상을 보이고 있는 박 씨는 "아무 일 없이 매일 심하게 놀라며 머리가 빠개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고 증상을 설명하고 "죽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뜻밖에 결과가 좋았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 씨는 "근로복지공단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또 다시 오랜 시간을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몸이 안 좋아 계속 일을 할 수도 없고 생활도 어려워 제대로 병원도 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한편 법원의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은 극소수의 경우에 한해서만 초기증상을 산재로 인정해왔다. 권 씨 등이 파킨슨증후군 또는 편촉진전마비, 정신이상 등의 원인이 되는 망간에 중독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것 역시 위 병들로 아직 악화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산재추방운동연합의 주영미 부장은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를 예방하기보단 산재를 방치해왔다"고 비판하고 "이번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은 '예방'의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