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향리 오폭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명하게 확인된 미국의 얼굴에 한국 사회는 소스라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있는 내내 한 두 번 놀랐던 가슴이 아니지만 매향리의 운명에서 우리 모두의 운명을 보며, 그것을 바꿔보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전국 127개 시민․사회․인권단체로 구성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은 △주한미군의 역사적 과오와 범죄에 대한 미국의 공개사과 △미군의 양민학살 진상 규명과 피해배상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매향리 사격장 즉각 폐쇄를 요구하며 연일 북을 두드리고 있다.
주권국가간의 평등권이나 한 민족이 가져야 할 자결권이 허물어진 폐허에서 기승을 부려온 미국의 횡포는 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대한 융단폭격에 다름 아니다. 45년 이후 미군범죄는 10만 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며, 범인이 활보하거나 도주하는 것을 망연자실 바라봐야 했던 피해자들은 기본적 인권이란 걸 입에 올릴 수도 없다. 미군이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전국 7400만평에 이르는 땅은 중금속 덩어리로 오염돼 신음하고 있다. 이 모든 현실의 배경에는 거미줄을 치고 연일 희생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이 있다.
이제 우리 정부는 50년 간의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려야 한다. 종이 주인을 보고 우호관계를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불평등조약에 생명과 안전을 위협 당한 국민이 저항에 나서는 것은 당연함에도, '엄단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종을 자처하고 나서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국민들의 반발이 심하니 우리의 요구를 들어라'고 당당하게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의 여론과 저항이야말로 그 의지를 대변해야 할 정부에게 가장 큰 협상 무기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남의 땅에 눌러앉아 단 술만 마셔온 약아빠진 저들은 그저 해보는 시늉과 결사적인 의지를 단박에 구분해 낼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게 만들자. 더 이상 우리를 대상으로 작전을 수행하게 놔두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