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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순자 씨 집행유예 석방

법원, "정상 참작 하나 정당방위는 인정 안해"


상습적인 폭행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장애인 유순자(39, 지체 1급 뇌성마비) 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관련기사 본지 5월 19일 참고>.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백춘기 부장판사)는 26일 열린 재판에서 "피해자가 수시로 피고인을 구타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유 씨가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점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 △건강이 좋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범행이 발생한 만큼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성․장애인․인권단체들은 유 씨의 석방을 환영하면서도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유순자 씨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각각 성명을 내고 "유 씨가 상습적으로 잔혹한 폭행을 당해왔고 매일매일 극심한 공포감에 시달려온 점 등을 감안한다면 이 사건은 유 씨가 남편으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다"며 유 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유 씨는 지난 1월 술에 취한 남편이 또 다시 폭행을 가하자 부엌에 있던 칼로 남편을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검찰은 유 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