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가축․가옥 피해도 제소하겠다”
미군 폭격연습으로 인한 소음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받은 주민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 서울지법 민사단독37부(판사 장준현)는 지난 98년 2월 매향리주민대책위원회 전만규 위원장과 매향리 주민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매향리 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사격장소음으로 인해 입은 각종 피해는 사회통념상 수인의 한도를 넘는 것으로 인정되어 그 침해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해 "국가는 원고 중 매향 1, 2, 3리 사람에게는 1천만원 씩, 매향 4, 5리·석천 3리·이화 1, 2, 3리 사람에게는 9백만원 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정부가 매향리 주민들에게 지급해야할 위자료는 모두 1억3천2백 만원이다.
재판부는 또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로 생활의 질이 다른 지역의 주민에 비하여 현저하게 저하되어있고, 주민들이 소음피해 대책 수립을 요청하기 시작한 이후 20년이 지나는 동안 그 피해를 감소시킬만한 효과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못해온 점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민들이 소음피해와 함께 제기한 오폭 불안감이나 생업 피해에 대한 배상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만규 위원장은 "미군이 자신들의 땅에선 자유와 평화를 외치지만 매향리에선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억압했던 사실을 법원이 인정했다"며 "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와 토지를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사격장 폐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주민대책위 법정대리인 이석태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미군 훈련의 위법성을 문제삼아 집단이 낸 소송 중 처음으로 승소한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매향리주민대책위는 사격장으로 인한 가축·가옥의 피해에 대해서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한편, 미국 정부를 미 법원에 제소하는 방법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