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한지 열흘도 안 된 의경이 경찰서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데 이어 수사 담당 형사들이 부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유가족들에게 미리 작성한 ‘사체인도확인서’를 받아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서장 김동민)는 “17일 오전 10시 55분께 용산구 원효로 용산서 별관 4층 내무반에서 방범순찰대 본부중대 곽모(22, 경기 군포시)이경이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2층 베란다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곽 이경이 내무반에서 수건을 정리하다가 갑자기 베란다 쪽 알루미늄 창틀을 벌려 뛰어 내려 자살했다”면서 “곽 이경이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곽 이경의 가족들은 “자살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곽 이경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제기해 현재까지 용산서 형사1반에서 곽 이경 사망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곽 이경의 대학 동아리 선배 김익준 씨는 “(곽 이경이) 죽기 전, 지난 15일 한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내무반에서 고참들이 괴롭힌다. 면회 좀 와달라’고 했다”면서“면회까지 부탁한 사람이 자살을 했겠냐”며 곽 이경이 자살했다는 경찰 측 주장에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씨는 또 “(곽 이경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데다가 의지가 굳어 나약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짜맞추기 수사 의혹
20일엔 담당 검사 지휘아래 곽 이경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당시 용산서 담당 형사는 부검이 끝나기 5분여 전 부검실에서 나와 유족에게 “곽 이경의 소지품을 전달할 테니 서류에 도장을 찍어달라”고 요구했다. 곽 이경의 아버지는 경황이 없어 유품을 접수해야 한다는 마음에 서류 내용도 보지 않고 도장을 찍어줬다. 그러나 나중에 ‘천주교인권위원회 군의문사진상규명과 군폭력근절을 위한 대책위원회’(위원장 이철학 신부)에서 서류를 살펴본 결과, “변사체에 대하여 검시한 바, 타살혐의 없으므로 검사 지휘에 의하여 사체를 유족에 인도한다”는 내용이 끼워져 있었다.
이에 대해 천주교인권위원회 군폭력 대책위 안원영 활동가는 “부검도 마치기전 결과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용산서가 짜맞추기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냐”며 “특히 부검도 끝나지 않은 당시 상황에서 ‘검사 지휘’ 운운한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유가족과 천주교인권위 군폭력대책위 관계자들은 21일 용산서를 방문해 △경찰청 또는 서울청으로 수사기관 교체, △허위공문서 작성 관계자 처벌 △용산경찰서장 사과 등을 요구했다.
곽 이경은 서울 모 대학 한문학과에 재학중 지난 4월 23일 자원 입대, 지난 8일 용산경찰서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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