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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장애·피부색 뛰어넘어, '우린 하나'

발전회사, "노동절 집회 가면 불이익"협박

1일 제112주년 노동절 집회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공원. 비 개인 파란 하
늘 아래 장애․이주․실업노동자들의 해방을 향한 힘찬 몸짓이 시작됐다. 이제껏 노동운동의 주변인처럼 여겨져 온 이들이지만 「불안정노동자와 함께 하는 2002 Mayday」 행사에서 이들은 당당하게 "노동자는 하나임"을 선언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신명나는 목소리에 맞춰 둘 씩 짝을 지어 해방춤을 추는데, 피부색이 다르거나 휠체어를 타고 있는 것만 다를 뿐 노동자들 사이엔 구분이 없었다. 이어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어 공공근로나 일용직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실업노동자들은 '남행열차'의 가사를 바꿔 실업의 고통을 노래했다. "비내리는 대한민국 실업자문제 지역주민 슬피우는데 눈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 잃어버린 일자리도 흐르네~~"

장애인 노동자들이 무대에 오르는 순서가 됐다. 2~3개의 계단도 휠체어가 올라가기엔 힘겹다. 어디선가 급히 구해온 나무판으로 즉석에서 장애인용 경사로가 만들어졌다. "반토막 몸뚱이로 살아간다고 친구여 이 세상에 기죽지마라" 나란히 무대 위에 선 장애인 노동자들이 들고 있는 종이선전물엔 이렇게 적혀 있다. 한 여성장애인은 "소외됐던 장애인 문제를 노동자들과 함께 알리고 투쟁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카르라 씨(가명)는 가수 연영석 씨와 함께 "에이씨, 네가 시키는 대로 내가 나갈 줄 아냐"란 노래를 불렀다. 원래 이 노래는 정리해고당하는 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은 포크풍의 노래.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3D 업종에서 인간대우 못 받으며 뼈빠지게 일 해 온 이주노동자들의 저항의 노래였다. 정부는 '불법체류 종합방지대책'을 세워, 힘들게 일해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자진신고하고 1년 안에 이 땅을 나가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르라 씨는 노래의 맨 마지막에 말했다. "못 가!"

이들 불안정노동자들은 문화집회를 마치며 "장애․이주․실업․여성․비정규 노동자 등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나요, 우리의 동지요, 형제자매"라며 "안정적인 일자리와 모든 사회 구성원의 기본적인 생활 보장을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이날 노동절 본 대회는 앞서 열린 불안정노동자들의 문화집회와 달리 그다지 활기 없이 진행됐다. 지난 4월 2일 발전노동자들의 파업이 종료된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아온 민주노총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음을 짐작케 해줬다.

발전노조 조합원들은 복귀 이후 회사측의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 집회참가율도 저조했다. 울산화력 발전소에서 온 한 조합원은 "어제 회사에서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노동절 집회에 가는 사람은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협박했다"며 "그래서 많이 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 집회에 회사 사람들이 와서 참가한 사람들의 사진까지 찍어갈 거라고 했다"며 "그나마 울산은 상황이 좋은 편인데, 다른 발전소들은 더 노조 활동이 어렵다"고 말했다. 휴일에 집회 참가마저 가로막는 전근대적 노조 탄압이 노동절 1백12돌을 맞는 오늘날에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