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34차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목포교도소장을 상대로 '교도소 징벌실 내 화장실 칸막이를 설치하라'는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칸막이가 없는 목포교도소 징벌실에서 용변을 보며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 인권위에 진정했던 당사자 방모 씨는 이미 광주교도소로 이감된 뒤였다. 그렇다면 인권위는 당연히 광주교도소장에게도 같은 내용의 권고를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인권위는 광주교도소장은 피진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고를 하지 않았다. 광주교도소 내 41개의 징벌실 중 7군데에 화장실 칸막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말이다. "광주교도소에서 또 진정하라고 해!"라는 어느 인권위원의 이야기는 비록 농담일지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한 손에는 '정책·관행에 대한 개선 권고', 다른 한 손에는 '진정사건에 대한 개별 구제조치'라는 권한을 움켜쥐고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맞서 결연히 싸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인권위의 의무다. 하나의 사건에서 이 두 권한을 구분해 사용하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 두 권한을 법 형식적으로 해석해, 진정인이 제기한 문제와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교도소에 대해서는 정책권고를 포기했다.
인권위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개별 구제조치와 정책개선 권고를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 법 형식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인권옹호의 의무를 소홀히 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