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보성초 사건 만들려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지난달 네이스(NEIS) 관련 연가집회 참가를 이유로 학교장이 학부모까지 동원해 두 여교사를 탄압하고 있는 서울 ㅈ초등학교 사건에 대해, 한 교사는 이렇게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 사건에는 보수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까지 결합돼 있어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 학교 2학년 담임 박모 교사(41)와 이모 교사(42)는 학부모 5명을 명예교사로 위촉한 뒤 연가집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학교측은 명예교사의 수업을 중단시킨 뒤, 이들을 교장실로 불러 "교사가 아이들을 내팽개쳐 두고 연가를 나가면 항의를 해야지 수업을 해주는 게 말이 되냐"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행사했다는 게 두 교사의 주장이다. 당시 교장실에는 학부모 최모 씨(학교운영위원장)를 비롯, 학교단체장을 맡고 있는 학부모들이 다수 배석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학교 '간부 학부모'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두 교사에게 연가집회에 참가한 것을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 지난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두 교사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제작, 다른 학부모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들 간부 학부모들은 모두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아래 학사모) 회원으로 확인됐다.
교장의 지원이 없다면 학부모들이 이렇게까지 교사 탄압에 앞장서기는 힘들다는 게 전교조 서울지부의 생각이다. 이들이 교장실을 상시적인 대책회의 장소로 활용했을 뿐 아니라, 이들이 배포한 유인물 역시 학교 등사실에서 인쇄되었다는 것.
더구나 이 학교 김모 교장은 교장단 회의를 통해 직접 작성한 사건 경위서를 전달,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이 두 교사 등 4명을 교원노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도록 도왔다. 교육공동체시민연합은 지난달 14일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를 필두로 '안티 전교조'를 표방하며 보수세력들이 대거 결집해 창립한 단체다.
사태가 악화되자, 두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학부모들이 나서 교장의 편향성을 지적하며 학교의 정상화에 노력해 달라는 호소문을 배포했으나 허사였다. 김 교장은 방학을 앞둔 지난 18일, "전교조 소속 몇몇 교사들에 의해 학습권이 침해되는 것을 학교장의 힘만으로 막을 수 없으니, 학부모님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의 '선동성' 가정통신문까지 돌렸다. 각 교실을 돌아다니며 담임교사들을 설득해 가정통신문을 회수하려던 박 교사는 서러움에 북받쳐 울다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일주일이 넘게 입원해 있던 박 교사는 지난 26일 겨우 안정을 되찾아 퇴원했다.
전교조 정상용 초등서부지회장은 "이번 사건은 평소 교장의 독단을 바로잡으려고 애쓰던 두 여교사를 학교장이 연가집회 참가를 트집잡아 탄압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중등학교에 비해 교장이 더 큰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초등학교의 특수성도 이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지회장은 "초등학교는 여교사가 많고 같은 교대 출신의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어 (남성) 교장의 가부장적 권위의식이 매우 강하다"며 "대개의 교장들은 교사들의 입바른 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버릇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교육청에 김 교장의 행정적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교사들에 대한 고발이 철회되지 않을 시 법적 대응도 함께 벌여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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