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전국의 초·중·고 학교들이 하나둘 개학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부안의 학교들은 학생들 없이 개학을 맞이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로 가는 대신 길거리로 나섰기 때문이다. 길고 무덥던 여름 내내 핵폐기장 부지선정 전면 백지화를 위해 싸워왔던 부안 주민들의 투쟁의 대열 속으로 학생들도 직접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등교거부 이틀째를 맞은 26일 오전 10시, 300여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학생학부모대회가 부안 수협 앞 반핵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청소년이 직접 사회를 맡은 이 대회에서는 핵폐기장 반대를 위해 등교거부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부안 핵폐기장 건설계획 백지화를 위한 등교거부 선포식이 같은 장소에서 진행됐다. 각 학교별 깃발을 앞세워 선포식에 참가한 학생, 학부모의 숫자는 총 5천여명. 이중 2천여명이 초·중·고 학생들이었다.
부안지역의 각 학교 운영위원회와 학부모 총회, 학생회장단 회의 등을 거쳐 결정된 핵폐기장 부지선정 철회를 위한 무기한 등교거부운동은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을 시작한 지난 25일부터 시작돼 이제 3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부안교육청에 따르면, 25일에는 전체 46개 초·중·고 학생 9천여명 중 약 30개 학교 4천여명의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초등학교 총 26개교 중 7개 학교가 휴업에 들어가야 했다. 26일 등교거부투쟁의 여파는 더욱 확산되어갔다. 격포초등학교의 경우 전체 재적수 207명 중 200명의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고, 백산고등학교에서는 전체 266명 학생 중176명이 등교를 거부했다. 진학을 코앞에 둔 3학년들의 출석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거부에 동참하고 있는 것.
"3학년이라 등교거부에 동참하지 못해 동생들에게 미안하다"며 말문을 연 부안여중의 한 중3 여학생은 "단순히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왜 등교거부를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집회나 부모님들의 투쟁에 참여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며 "이번 등교거부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핵폐기장 반대투쟁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부안대책위는 등교거부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수업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10시 부안예술회관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대회가 계속될 예정이다.
또 학생회와 각 학교 학생대표들을 중심으로 반핵대책위 청소년 모임을 결성하기 위한 준비작업도 한창이다. 이번 등교거부 투쟁을 통해 부안의 학생들은 스스로 반핵투쟁의 주체로 당당히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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