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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다른 세계'가 찾아온다, 영화와 함께 !

14일부터 7회 노동영화제…신자유주의에 맞선 투쟁현장 한자리

7회 노동영화제가 오는 11월 14∼16일, 21∼23일에 걸쳐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다(http://www.lnp89.org/7th).

그 동안 노동영화제는 열악한 물적, 인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노동 영상운동의 혁혁한 성과들을 조망해 볼 수 있도록 연대의 장을 형성해왔다. 7회 영화제에서도 역시 신자유주의 질서가 일상 곳곳을 침탈한 오늘날, 노동자들의 삶과 생생한 투쟁의 현장들을 전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를 꿈꾸며 자본의 세계화를 전복시키고자 벌어지고 있는 변혁운동의 숨가쁜 지형들을 포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특히 기존 체제와 친밀하게 조응하며 '갇힌 사고'를 조장하고 있는 주류 미디어에 대항하여 역사의 한 켠에서 끊임없이 움직여 왔던 대안 미디어의 어제와 오늘을 검토해 보는 작품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다. 전세계 변혁운동 주체들의 '공공의 적'이라 규정할 수 있는 주류 미디어에 맞선 대안 미디어가 혁명적인 상황과 어떻게 결합하여 드러나는지를 고찰하는 작품들, 그리고 대안적 세계화를 일구어 내는 데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 단편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신작들을 맛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올 한해 완성된 국내 노동영화들도 상영된다.


빈집은 우리들의 것, <점거하라!>

수억, 수십 억을 호가하는 고급 주택들은 위세를 떨치며 줄지어 모여 있고, 갈수록 치솟는 집세에 전전긍긍하는 이들은 주거 마련을 위해 정당한 권리를 저당 잡힌다. 빈부격차의 심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호화 주택과 주택난의 불합리한 공존. <점거하라!>는 캐나다의 몬트리올 등지에서 경제적인 궁핍과 정치적인 소외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이 시내의 빈집을 점유하며 자율적인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스쿼터(Squatter) 운동의 역동성을 따스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미혼모, 노숙자 등 기존의 사회체제 내에서 배제의 아픔을 지속적으로 겪어야 했던 소수자들에게 스쿼터 운동은 생존과 직결되는 주거권의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가 결코 보증해 줄 수 없는 안정되고 활기찬 일상의 영위와 자신감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기도 하다.

작품은 지난한 과거사를 안고 있는 개별 주체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스쿼터를 건설하기 위해 적잖은 내부적 진통이 따른다는 것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삶의 양태를 정교하게 파괴시키려는 보수 세력들의 공세를 보여줌으로써 무정부주의를 표방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유재산제를 거부하고자 하는 스쿼터 운동의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 수백만 명이 동참하고 있으며 1개를 탄압하면 10개가 새로 재조직된다는 스쿼터 운동이 정치권과 주류 미디어의 담합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강력한 풀뿌리 운동임을 시사한다.

교묘하게 외연을 바꿔가며 영구적으로 지속될 것만 같은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반자본 직접행동이 발산하는 유쾌한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3세계 영화 복원한 수작, <레이문도>

아르헨티나의 실업자 운동, 베네주엘라의 볼리바르 혁명, 콜롬비아의 게릴라 저항, 볼리비아의 코카 재배농민 운동 등 일련의 정치 경제적위기에 응대하며 등장한 민중운동들 때문에 '21세기 변혁 운동'의 리트머스 무대라고 평가받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 미국의 뒷마당을 자처한 독재 정권의 억압과 혁명적 상황을 동시에 겪어온 라틴 아메리카의 피로 얼룩진 현대사는 당대의 현실에 실천적으로 개입한 일련의 영화들을 탄생시켰다.

<레이문도>는 1976년 아르헨티나의 군부에 의해 납치, 살해된 아르헨티나 출신의 감독 레이문도 글레이져의 인생을 씨실로 하되, 라틴 아메리카의 역동적인 현대사를 날실로 교차시키면서 쿠바, 브라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지에서 나타났던 영화운동의 의의를 되새긴다.

영화는 1492년부터 압제에 시달려야 했던 라틴 아메리카 대륙의 정치적 지형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변혁에 기여하고자 했던 6, 7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서 제작된 영화들의 일부 장면들을 레이문도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며 삽입시켰다. 또 레이문도의 삶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사진들과 동영상,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애니메이션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산업적 논리에 종속되어 소비로서의 영화를 강요하는 현 체제 내에서는 흔적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제3세계 영화의 역사적 복원을 시도한 수작이다.


그 외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

자본에 대항한 517일간의 치열한 싸움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외면과 천대를 감내해야 했던 한국통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이중의 적>,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중운동의 현장을 유려한 수사로 포착하며 대안적 세계화 운동의 공고한 구축을 꾀한 <제4차 세계대전>, 베네주엘라 차베스 정권을 전복하려는 쿠데타와 이에 대한 민중의 반격을 통해 급진적 상황에서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혁명적 미디어의 중요성을 입증한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등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도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