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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제는 '기술'이 검열?

헌재,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청소년 차단 합헌 결정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전자적 표시를 규정한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이 기술에 의한 검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자적 표시란 '차단소프트웨어가 인식할 수 있는 차단용 부호'를 의미한다.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주심 김효종 재판관, 아래 헌재)는 전원일치로 인터넷에서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전자적 표시를 하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제2항, 제3항 및 정보통신부 고시(제2001-89호)'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는 지난 2001년 12월 동성애자 커뮤니티 엑스존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전자적 표시 의무'를 강요받자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시행하는 근거 법률이 죄형법정주의 등에 위배되고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이다.


헌재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인터넷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의 중요성이 인정된다"며 "전자적 표시의무는 해당 정보의 내용에 관하여 통제하는 것이기보다는 그 사후조치로서 유해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차단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만을 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를 합헌으로 전제한 이상,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의무도 … 합헌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을 둘러싸고 차단소프트웨어가 광범위하게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정책실장은 "헌재의 결정은 기술에 의한 검열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인터넷 유해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방식은 국가보다는 민간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수직적 통제보다는 오히려 국가에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 속에 '검열'이 진행되고 청소년은 오히려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동성애가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청소년에게 차단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한 것이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과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