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안에서는 핵폐기장 유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주민 직접투표가 실시된다. 주민투표 가처분신청 등 온갖 방해를 다하면서 정작 주민들의 목소리는 대변하지 못하는 대표자들에게, 부안 주민들이 반핵의 의지를 직접 밝히려는 것이다.
오늘의 투표는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며, 지난해 7월 부안이 핵폐기장 유치 장소로 선정된 이후 계속되어 온 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투쟁의 결정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주민투표 이전에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태풍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광장을 지키며 183일 동안 지속됐던 촛불집회, 어린 아이·노인 할 것 없이 뜨거운 여름부터 추운 겨울까지 함께 외쳤던 '반핵 투쟁'을 떠올려야만 한다.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가 아니라 '핵은 어느 곳에도 안 된다'는 부안 주민들의 목소리는 바로 지난 6개월의 반핵 투쟁 속에 있기 때문이다.
부안 주민의 선택 역시 반핵. 그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러한 주민의 의견을 또다시 무시하고 다른 후보지를 찾아 나선다면, 이는 지난 6개월의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이다.
부안은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을 짚어보는 비판의 장이 됐고, '살아있는 반핵 교육'의 공간이 되었다. 물고기가 떠난 바다, 황폐해지는 산과 들, 늘 위험을 떠 안고 살아야하는 사람과 동물… 삶터가 바뀌고 상시적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부안 주민들의 자각이 '핵폐기장 유치 반대'를 넘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전환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부안 주민들이 알려준 정부 핵에너지 정책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교훈이다. 과연 어느 곳, 어느 누구에게 물어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환영받을 수 있단 말인가?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 더 이상 이 땅 어느 곳에도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을.
핵폐기장은 누군가 선택해서 '유치하느냐, 안 하느냐'로 결정되고 끝날 수 있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생존과 생명이 연결된 양보할 수 없는 전체의 문제이다. 이는 부안 주민들이 긴 싸움에서 얻은 교훈이자 바로 우리 모두에게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대안은 바로 부안의 아이들 손에 들여 있었던 작은 피켓에 이미 나와 있다. 다름 아닌, '해님도 바람도 일하고 싶어해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