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더 이상의 희생을 막자" 파병반대 절규

'한심한 정부'에 빗발치는 비난, 증폭되는 의혹

정부의 '파병 철회 불가' 방침에 김선일 씨가 끝내 이라크 저항세력에게 피살당하자 무책임한 정부를 비난하며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김 씨의 피살 소식에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아래 국민행동)은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무능력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국민들에게 '파병 철회' 흐름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국민행동은 "이라크 무장단체의 김선일 씨 납치살해는 명백히 반인도적인 범죄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한데 이어 "김 씨는 조국을 향해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은 (파병 방침을 고수하면서) 그를 버렸다"라며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평화인권연대 등 20여 개 인권사회단체들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불러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파병정책에 있다"며 국민의 분노가 정부를 향해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김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살해위험에 처했는데도 정부가 추가파병 방침을 밝혀 죽게 했다"며 "시신을 외교통상부 건물에 묻겠다"고 절규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50명은 23일 오전 '이라크 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 정부의 파병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정부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막아보려는 각계 각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전 담화문을 통해 "결코 테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파병 강행 방침을 확인하는 한편 "(파병은) 이라크의 복구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은근한 협박'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속보이는 감사 인사'에 대한 화답인 것.

이에 한술 더 떠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간 목적이 △미국식 민주주의 확대 △에너지 질서의 재편 △대테러작전의 전략적 요충지 확보 등이라며 "(이중) 에너지 질서 재편이 가장 중요하고…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 재편에 우리가 끼지 못하면 우리 경제가 끝이 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과 이라크 전쟁의 본질을 실토하며 파병 강행의 근거를 밝힌 셈. 게다가 정부는 파병이 이라크의 복구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김 씨를 살해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첫 번째 요구조건은 '서희·제마부대의 철수'였다.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혹

이번 사건에서는 △피랍 날짜가 언제인가 △정부와 미군은 피랍 사실을 언제 알게 됐나 △미군이 미리 알았다면 왜 한국에 통보를 안했는가 등 여러 가지 의혹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김천호 가나무역 사장의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되었고 정부조차 진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김천호 씨의 번복에 대해 "김 사장이 알자지라에 비디오가 공개된 충격으로 대사관에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며 사과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이 김선일 씨의 피랍사실 은폐의 모든 책임을 김천호 씨에게 지우며 '정부와 미군의 책임·한미동맹관계의 문제' 등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퍼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은폐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정부와 미군의 '김 씨 피랍 사실 인지 시점'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국민행동은 △매일 저녁 7시 촛불집회 △26일 범국민추모대회 △검은 리본 달기 △파병중단을 촉구하는 현수막 걸기 등을 통해 '파병 철회'에 함께 할 것을 국민들에게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