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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라크 주권이양은 '사기극'

추모를 넘어, 이제는 파병철회 뿐… 노무현 정권을 향한 분노 이어져

"이라크를 용서합니다.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고 김선일 씨 장례식에서 울려 퍼진 유족의 '용서와 화해' 메시지는 평화를 위한 저항의 꽃씨를 국내는 물론 온 누리에 퍼뜨리고 있다. 30일 고 김선일 씨를 추모하며 반전평화, 파병반대를 촉구하는 사회 각계의 다양한 행동이 서울 도심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전 세계 평화세력과 연대하여 이라크에서 점령군을 완전히 철수시키고 한국군의 파병을 철회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30일 반전평화공동행동(준)은 '이라크 주권이양 사기극'에 항의하는 집회를 저녁 6시 종묘공원에서 노동자, 학생 등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했다. 28일 미군이 주도하는 이라크 점령당국은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주권'을 '이양'했지만, 사실상 '사기극' 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관측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이라크에 외국군이 16만 명이나 주둔해 있고, 이들에 대한 아무런 통제권도 없으며 독자적인 재정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부를 누가 이라크 정부라고 믿겠느냐"고 반문한 뒤, "미국이 임명한 총리 알라위는 미국 CIA의 첩자이고, 대통령 알 야와르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 정책국장은 "이라크에서 침략군이 물러나야만 비로소 이라크인들에게 이라크를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라크에 평화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점령군이 우선 철수해야 하고, 이라크의 미래는 이라크인들 스스로의 힘으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참가자들은 점령군으로 한국군이 파병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최근 항공사 노동자들과 운송·하역 노동자들의 파병물자 운송·하역·취항 거부 선언을 적극 지지했다. 결국 이런 힘이야말로 정부의 파병철회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하효열 교육선전 실장은 "항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로서 최근의 사태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다. 나아가 승객, 시민의 안전과 직접 연결되므로 취항거부 선언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반전평화 메시지도 낭독되었다. 이라크 반전평화활동가 압델 아미르 레카비 씨는 "전 지구적인 전쟁전략을 지금 저지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단지 이라크 민중을 위한 연대를 넘어 전체 인류를 위한 투쟁"이라고 참여자들을 격려했다.

또 광화문 동화면세점과 교보문고 앞에서는 "우리는 전범국가가 될 수 없다"는 취지 하에 '피스몹'이 진행됐다. 피스몹에 참여한 시민 나비 씨는 "집회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평화를 표현하고 싶었다. 피스몹은 구호나 노래를 알지 못하는 시민들이 시각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표현방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 8시부터 광화문에서는 '김선일 추모, 파병철회, 미국의 기만적인 이라크 민정이양규탄 범국민대회'가 6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심상정 국회의원은 "김선일 씨가 왜 참혹한 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 미국과 대한민국 정부가 추가파병을 위해 김선일 씨를 재물로 바치지는 않았는지, 진상과 책임을 분명히 규명하고 이라크파병을 철회 시켜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또한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서 전투병을 파병해야 한다든지,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한다는 망발을 일삼고 있는데…대한민국이 테러의 위협에 직면한 것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한국 정부가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