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역사적 실천에 함께 하도록 독려할 것입니다." 올해 들어 가장 뜨거웠던 22일 정오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 전국도보행진단 출발에 나선 전상봉 씨는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전상봉 씨는 얼마 전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청년단체협의회(아래 한청) 의장이다.
56년 국가보안법 역사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청년들의 열정은 한낮의 열기 못지 않았다. 교통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이 땅을 밟으며 이 땅의 사람들과 만나 국가보안법에 대해 토론하고 폐지를 알려나겠다는 의지에 숙연함마저 든다. 22일 서울 여의도를 출발하여 안양, 수원, 대전, 전주, 광주, 제주, 마산, 창원, 울산, 충주, 과천을 거쳐 다시 9월 5일 국회로 돌아오는 1,350여㎞ 대장정에서 이들은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을 노래하며 '이적단체 규정의 모순성'을 알려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4명이 참석한 이날 도보순례는 지역을 거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알리는 촛불 문화제, 하루걷기 대회,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지역부문운동단체들의 결합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9월 5일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제1차 국민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또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국가보안법폐지 1백만인 청원운동을 이미 거리, 학교, 사업장, 온라인을 통해 받고 있다.
22일 도보행진 참여자 중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감중인 민경우 씨 부인 김혜정 씨와 아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혜정 씨는 "가족을 감옥에 둔 사람으로서 하루 빨리 남편을 감옥 밖으로 나오게 하고 싶어 도보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남북 서로의 화해를 위해 칭찬 받아 마땅한 일을 한 것인데 징역을 살고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억울하고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반드시 올해 내 국가보안법 폐지의 결실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2620호
- 최은아
- 200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