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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다단계하도급부터 없애야"

동백지구 건설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요구하며 60일째 농성

"4대 보험도 없습니다. 빨간 날 맘 편히 쉴 수도 없습니다. 하루 10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립니다. 하루에 두 명씩 동료들이 죽어나갑니다. 임금체불은 아예 일상입니다"건설노동자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삶이다.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해 힘들어도, 억울해도 참았단다. 그렇게 열심히 일했건만 남는 건 망가진 몸뿐이란다. 그리고 이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일손을 놓았단다. 경기 용인시 동백택지개발지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이 그 주인공. 이들은 7월 12일부터 엿새동안의 파업에 이어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60일이 넘게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해요"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이준호 씨는 15년이 넘게 건설 일을 해왔다. 지난 6월에는 일을 하다 다쳐서 수술을 받았지만 산재 신청도 마음놓고 할 수 없는 게 건설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한다. "산재 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는 공상처리를 하라며 계속 압력을 가하고 있다" 산재 처리를 받은 노동자들이 많아지면 건설사들이 공사를 수주할 때 불이익을 받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어 공상 처리를 하도록 노동자들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또한 "아침 7시에 나와서 저녁 7시까지 꼬박 11시간을 일하고도 잔업수당은 받지도 못한다. 일을 하는 노동자는 총 350명인데 샤워꼭지는 10개밖에 없어서 땀 범벅에 먼지를 뒤집어써도 제대로 씻지 못할 뿐더러 작업복을 갈아입을 곳도 없어 길가에서 갈아입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불법과 비리의 주범 다단계하도급

건설노동자들이 이처럼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데는 불법적인 다단계하도급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노동자들은 말한다. 경기건설노조 동백지구 투쟁본부 집행위원장 이승우 씨는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다단계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몇 단계에 걸쳐서 하청을 주고 있다"며 "(원청에서) 원가의 70%정도로 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또 이들이 다시 하도급을 주다보니 결국 노동자들은 최초인건비의 40%를 받으면서 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공사를 완료해야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장시간의 노동을 해야하고, 노동강도가 높아져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집행위원장은 주장했다.

더욱이 일을 하다 노동자에게 문제가 생겨도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 책임을 회피해 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팀장(일명 오야지)도 노동자인데 하청에서 또다시 팀장과 도급계약을 맺어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노동자가 다친 경우에 200만원 이하의 비용이 나오거나 4주 이하의 치료를 요할 경우에는 팀장이 책임지도록 하거나 안전장비도 제공하도록 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부담을 부당하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단계하도급 구조가 산재를 은폐하고 건설사들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건설노동자들이 땀흘려 일한 대가를 하청업체들이 중간에서 착취해 가고 있는 것이다.


건설노동자가 나선다

이 집행위원장은 "건설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대기업 건설사를 대상으로 싸움을 하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번 싸움이 이겨야 다른 건설현장에서도 이런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일요일 유급휴무제나 4대 보험 보장, 노조활동 보장 및 불법적인 다단계하도급을 없앨 수 있도록 강력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