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오랜 절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생색내기식' 입법안을 내놓아 장애인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올해 4월 건설교통부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안'(아래 이동편의 증진법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장애인이동권연대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 입법추진 공동대책위원회(아래 이동보장법률 입법추진 공대위)는 이동편의 증진법안이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으로 채택 △실질적 처벌조항의 누락 등으로 장애인 등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동보장법률 입법추진 공대위는 지난 9월 1일부터 정부가 마련한 '이동편의 증진법안의 폐기'를 요구하는 한편, '이동보장법률 제정'을 위한 무기한 국회 앞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동보장법률' 마련을 위한 투쟁은 2001년 오이도역 리프트 추락참사를 계기로 확산된 이동권 투쟁의 자양분을 흡수, 2002년 10월 이동보장법률 입법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점화되었다. 2003년 10월 서울·경인, 충북, 경남 지역 등을 아우르는 입법추진 공대위가 생겨났고 지난 7월 19일에는 마침내 이동보장법률을 입법 발의, 이동편의 증진법안과 함께 17대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장애인이동권연대의 김도현 정책교육국장은 "이동보장법률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비장애인과 차별없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는 인식 하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어 놓고 생긴 이동편의 증진법안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먼저 이동보장법률은 저상 버스 도입을 의무화하여 10년 이내에 전체 대중버스의 50%를 저상버스로 교체하라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동편의 증진법안은 2014년까지 서울시 및 6대 광역시에 한하여 시내버스 중 10%만을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것 역시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에 불과하다. 적잖은 재정이 소요되는 저상버스의 도입을 권장사항으로 둘 경우, 그 실현여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도현 정책교육국장은 "지하철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저상버스 도입이 더욱 절실한데, 이동편의 증진법안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동보장법률은 대상 교통수단의 범위를 항공기, 택시, 고속철도 등 비장애인이 일반적으로 누리는 교통수단의 범주와 동일하게 설정한 반면, 이동편의 증진법안은 택시를 대상 교통수단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동보장법률 입법추진 공대위는 "회사에서 운영되는 택시는 일정비율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수립하고 심의하는 기구를 세울 경우, 이동보장법률은 국무총리산하에 장애인이동정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위원의 과반수 이상을 장애인들로 구성하고 시정명령 등 실질적 권한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동편의 증진법은 장애인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중앙기구를 설치하고, 그나마 중앙기구도 건설교통부의 계획을 '심의'하는 권한만 가질 뿐이다. 또 이동보장법률은 장애인을 비롯한 국민이 운송사업주 및 교통주관기관이 법률을 위반했을 때, 직접 시정청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 솜방망이에 머무르지 않게끔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편의 증진법은 처벌조항이 빠져있다.이동보장 입법추진 공대위는 이동보장법률의 제정을 요구하며 오는 10월 중순부터 노숙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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