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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검찰은 삼성 위치추적 수사를 다시 하라

비리 정치인을 잡아들이는 데는 능력을 보여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었다고 자부해온 검찰이 삼성이라는 거대자본 앞에서는 한 없이 무기력한 존재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노조를 결성하려던 삼성 SDI 노동자들이 불법 복제된 휴대전화와 인터넷 위치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집중적인 감시대상이 되어왔음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누군가'가 불법 유출된 개인정보로 위치를 추적하고, 도청까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삼성의 노조결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노동자였고 위치추적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퇴근시간과 노동자들의 모임이 있는 날에 집중됐다. 게다가 불법 복제전화 발신 기지국이 삼성 SDI 공장과 동일지역이었다는 점까지 속속 드러나 삼성이 개입했다는 정황증거는 충분했다. 결국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불법 위치추적을 해온 범인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검찰은 '무노조 삼성'에 노조를 결성하려던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납치와 감금, 협박과 회유 등 기본권 침해 행위에 철저하게 눈을 감아왔다. 이번에도 검찰은 예상대로 삼성에게 면죄부를 바쳤다. 검찰은 개인들의 정보가 유출되어 불법적으로 핸드폰이 복제되었으며 이를 이용해 위치추적이 이루어진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누가 했는지는 모른다며 유령같은 그 '누군가'를 기소 중지하고, 삼성의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영 책임자들에게는 참고인 중지라는 면죄부를 쥐어주기로 결정했다.

결국 검찰은 범죄사실을 밝혀내어 다시는 이와 같은 정보인권 침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길을 택하기보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더라도 '잘 나가는' 삼성을 보호하는 길을 택했다. 검찰의 의지가 검찰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이용한 일거수일투족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정보사회에서 정보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눈을 뜨게 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국제인권법과 헌법을 들추지 않더라도 이번 위치추적에 사용한 개인 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면 이는 그가 삼성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존재라도 법대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

인권과 법의 보호기관으로 거듭나려고 발버둥을 쳐도 모자랄 판에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검찰의 이번 모습은 실망과 지탄만 안겨줄 뿐임을 검찰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삼성 거대자본 앞에서 스스로 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개혁대상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이 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인권의 보호라는 검찰의 존립기반을 부정한 이번 수사결과는 검찰 스스로 철회하고, 재수사를 통해 삼성의 불법행위를 철저하게 밝혀내는 것이 그것이다. 거대자본 삼성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의 검찰로 거듭남으로써 정보인권의 피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검찰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