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시작된 법무부 등 관계기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이 도를 넘고 있다. 임금체불로 노동부에 진정한 이주노동자를 잡기 위해 경찰이 출동하는가 하면, 단속반이 합법체류자를 일단 출입국사무소로 연행한 후 업체에 '이탈신고서'를 접수하라고 요구하기도 해 물의를 빚은 것.
지난 2000년부터 부산 창선동 소재 식당 주방에서 일하던 '조선족' 박정희 씨는 2004년 4월부터 10월까지 체불된 월급 670만원과 일당제로 전환된 10월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밀린 일당 210만원 등 880만원을 받기 위해 부산지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 씨를 지원한 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아래 부산모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근로감독관의 출석요구에 따른 대질심문 자리에서 업주 김 아무개 씨는 "월급 체불은 사실이나 돈을 줄 능력이 없다", "일당 체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체불임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김 씨는 잠시 후 경찰 5명과 함께 나타나 박 씨를 대신해 '체불임금 확인원'을 발급 받던 부산모임 이미란 상담실장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박 씨는 단속 직전 인근 건물로 미리 피신해 현재 안전한 장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담실장은 "노동부를 찾은 이주노동자라면 임금 문제 등의 피해자임이 명확한데도 경찰은 65세에 임금까지 떼인 할머니 한 명을 잡겠다고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동력으로 출동하는 몰지각함을 보였다"며 "노동부에조차 경찰이 출동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어디 가서 권리를 구제 받으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달 26일에는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아래 인천사무소) 소속 단속반이 부천의 한 파키스탄 음식점을 나오던 파키스탄 출신 산업연수생 암저드 후센 씨를 연행해 인천사무소 지하 외국인보호소에 가뒀다가 소속 회사의 항의를 받고 풀어주기도 했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아래 인권센터)에 따르면 후센 씨는 8개월 전부터 수원의 한 회사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일하다 지난달 초 아버지 사망 소식을 듣고 회사로부터 50일간의 휴가를 받아 일시 귀국하려 했다. 하지만 얼마전 수술을 받은 사촌을 간병하기 위해 출국할 수 없었던 그는 이날 출입국직원에게 연수생임을 증명하는 외국인등록증을 보여줬으나 연행됐다.
인권센터에 따르면 단속반원 가운데 한 명이 연행 중 후센 씨의 소속회사 담당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받아놓고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이탈하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 우리가 잡아 놨으니까 연수생 이탈 신고서를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이사가 이를 거부하자 인천사무소는 같은날 오후 7시경 후센 씨를 풀어줬다. 이에 대해 인권센터는 "실적에 눈이 멀어 합법체류자마저 불법체류자로 만드는 작태"라며 "인권센터에 이 같은 일이 포착되지 않았다면 후센 씨는 영문도 모른 채 강제추방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한편 후센 씨의 단속장면을 목격한 음식점 주인 하종심 씨에 따르면, 단속반원은 미란다 원칙 고지는 물론 신분증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긴급보호서를 발부하지도 않았다. 또 후센 씨 연행 직전 단속반 4명이 음식점 앞에서 하 씨 남편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반말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며 음식점 안까지 따라 들어와 물의를 빚었다. 단속반은 "비자 있는 사람을 왜 연행하느냐"며 후센 씨의 연행에 항의한 하 씨 남편의 멱살을 잡으며 폭언을 퍼붓고 공무집행 방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 씨는 "남편은 파키스탄 출신으로 귀화해 한국국적을 얻었는데도 단속반원들은 얼굴색깔만 보고 무작정 남편을 잡아가려 했다"며 "법을 집행한다는 법무부 직원들이 이렇게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건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하 씨는 인천사무소를 상대로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주노동자인권연대는 3일 오전 11시 인천사무소 정문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사무소장 면담을 요구하는 항의방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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