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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고] 심판대 오른 침략전쟁 동맹국 수반들의 범죄

터키 이스탄불에서 이라크 국제전범재판 개막

지난 2003년 11월 7일 터키정부는 이라크 민중이 파병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파병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당시 한국정부는 대규모 추가 파병을 결정짓기 위해 분주했고, 파키스탄과 터키가 파병결정을 주저하는 가운데 홀로 추가 파병을 결정하였다.

2004년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 [출처] 철군과종전을위한 평화행동네트워크

▲ 2004년 12월 7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 [출처] 철군과종전을위한 평화행동네트워크



애초에 부시 정부가 터키에 요구한 파병규모는 1만 명에 이르렀다. 군사정권이 아닌 이슬람정의발전당(Islamist-based Justice and Development Party)이 집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터키 정부는 전통적인 친미국가였고 이 정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더구나 터키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프로그램 아래에 있고, 쿠르드 독립을 막겠다는 핑계로 이라크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경험도 있었다.

2004년 3월 24일 터키 정부는 더 이상 이라크 파병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말았다. 이라크 전쟁 참여를 거부하는 민중의 성난 목소리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터키 민중은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미르, 디야베키르, 메르신에서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 자신의 표현대로 '파병될 군인들의 행진소리보다 더 큰 목소리'를 외쳤던 것이다.


터키정부가 이라크국제전범재판에 기소된 까닭

불행히도 터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전쟁을 반대하는 민중의 뜻을 존중한 결정만은 아니었다. 지역적 안정을 고려한 미국 정부의 권고도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터키 정부는 이라크 침략전쟁을 보조하고 있었고, 터키가 제공한 미군기지는 이에 대한 명백한 증거였다.

1990년 1차 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 전역의 대규모 폭격을 위한 미군의 발진 기지였던 인쥘리크(Incirlik) 미공군기지는 1991년 중반부터 이라크 북부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을 감시·요격하기 위한 공군기지로 활용되었다. 인쥘리크 미공군기지는 터키의 5개 미군기지중 가장 중요하며 큰 기지인데, 2003년 2차 이라크 전쟁에서도 인쥘리크 미공군기지는 전쟁에 필요한 군사장비를 정비하고, 각종 공군전력을 재충전하는 역할 외에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위한 발진기지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수많은 반전활동가들은 터키 인쥘리크 미공군기지의 폐쇄를 요구하며, 터키 정부를 이라크국제전범재판에 기소했다. 그리하여 이라크국제전범재판은 터키 정부의 이라크 전쟁 협조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이것이 어떤 파괴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는지, 누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지를 밝혀야 할 의무와 권한을 부여받게 되었다.


이라크국제전범재판이 밝히려고 하는 것

이라크 전쟁에 관한 국제전범재판은 2003년 5월 25일 자카르타 국제회의에 온 참가자들이 이라크국제전범재판(WTI: The World Tribunal on Iraq)을 개최할 것을 결의한 뒤, 같은 해 6월 열린 '평화와 인권을 위한 유럽네트워크 회의'에서 이라크국제전범재판 기획단이 구성되면서 구체화되었다. 이후 국제조정위원회에서 법정프로젝트의 개념과 형식, 목적 등을 정한 뒤, 이라크국제전범재판은 2004년부터 런던, 뭄바이, 브뤼셀, 뉴욕, 동경, 서울 등지에서 국가별·지역별로 진행되어 왔다. 6월 24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이라크국제전범재판은 각국의 전범재판 결과를 모으고, 이라크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자행한 침략과 범죄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하는 법정이다.

이 재판이 터키에서 열리게 된 이유에 대해 이라크국제전범재판 관계자들은 "터키는 서양과 중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반전운동은 동양에서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반전운동의 나침반은 동쪽으로 좀더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미국의 침략전쟁을 지원한 가장 중요한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가 터키에 있고, 터키 정부는 아직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들에 단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3년 한국 땅에서 훈련하던 미2사단의 병력 일부가 이라크 전쟁에 투입된 바 있고, 한국정부는 세계 3위 규모의 파병부대를 이라크에 보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정부의 파병 결정 행위 역시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라크국제전범재판이 밝히려는 진실 중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에서는 2004년 12월 11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3414명 시민 기소인단의 이름으로 부시·블레어·노무현 전범민중재판이 열린바 있다. 기소인들은 이라크 전쟁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침략전쟁으로 규정하며 미국의 이라크 침략 중단과 파병한국군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다.
덧붙임

<인권하루소식>을 포함해 <프로메테우스>, <참세상> 등에 동시 송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