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권연대 활동가들이 시승식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2002년 8월 29일 이명박 서울시장은 같은해 5월 발산역 리프트 사망사고와 이동권연대의 39일 단식농성 에 대해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지하철건설본부로부터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는 2004년까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보고도 받았"다며 "여러분께 드린 약속은 다른 어떤 약속보다 먼저 지키도록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 4월 11일 서울시는 이동권연대의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현장여건이나 구조상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에는 승강기 대신 휠체어리프트 97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을 바꿔 장애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런 와중에도 지난해 9월 이광섭 씨(지체장애 1급)가 서울역 리프트에서 떨어져 전치 6주의 상처를 입는 등 리프트 사고는 계속됐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는 장애인 단체가 참여한 설명회에서 △동대문역 등 17개역의 외부 승강기 △건대입구역 등 26개역의 내부 승강기 △신도림역 등 3개 역의 내외부 승강기 등 46개 역사에는 구조물 특성 등을 이유로 승강기 설치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못박아 승강기 대신 '살인기계'로 악명높은 리프트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 서울시가 승강기 대신 설치한 리프트
이에 대해 지난 6월 29일 이동권연대는 서울역 1·4호선 환승통로에서 '서울시 지하철 46개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지하철 타기' 행사를 개최하며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내세우는 핑계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지와 예산에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제 더 이상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죽거나 다칠 수 없다"고 강력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7월 5일 열린 국회 장애인특별위원회에서도 의원들이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 실태조사를 촉구해 복지부 장옥주 장애인복지심의관으로부터 "실제로 설치가 불가능한지 현장을 가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복지부가 진행한 재조사 사전회의가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권연대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조사 하고 싶으면 (이동권연대의) 재정을 들여서 알아서 조사하라"며 고집을 부렸다. 이어 장애인 당사자와의 협의도 없이 리프트를 제작·설치하고 5일 시승식을 강행한 것.
▲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 신삼수 본부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가 "왜 당사자들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검증되지도 않은 리프트를 설치했는가"라고 문제제기하자,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 신삼수 본부장은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리프트 제작과 규격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승식에 초대한 지체장애인협회 서울지부장이자 서울시의회 의원인 박덕경 씨와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신정순 회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홍준석 총무가 한목소리로 협의한 적 없다고 항의하자, 신 본부장이 대답을 회피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홍 총무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입장은 이동권연대와 같다"며 "서울시에서 승강기 설치가 불가능한 역사에 대해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조사를 한 후 그래도 불가능하다면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리프트 규격 및 안전 기준을 만들어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공동대표는 "장애인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며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리프트는 절대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구체적으로 재조사해 모든 지하철 역사에 승강기를 설치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권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동권연대는 서울시에 대해 △2002년 이명박 시장의 승강기 설치 약속을 이행할 것 △그동안 서울시지하철건설본부가 거짓말로 일관한 점에 대한 사과 △이광섭 씨 사건 등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