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용과 사회적 차별로 고통을 겪어 온 한국 한센인들의 보상청구 소송에 대해 일본 재판소가 기각 판결을 내린 가운데, 같은날 승소한 대만 낙생원 소송에 일본 정부가 항소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한국과 대만의 원고들을 포괄적으로 구제하는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은 대만 판결에 대해 검토한 결과, 항소하지 않을 경우 한국 판결에서 '한국의 요양소는 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과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또 대만의 입소자를 한센병보상특별법 보상 대상으로 인정하게 되면 "보상금액이나 보상대상자의 인정방법에 검토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이유로, 일단 항소한 후 한국·대만의 원고 측과 화해를 통해 보상금액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 후생노동성은 이후 보상액의 결정이나 현재는 요양소에서 생활하지 않는 전 입소자, 한국·대만 이외에 과거 일본 통치하에 있었던 모든 환자의 구제도 가능한지 검토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패소 후 한국 측 소송인단은 일본 정부에게 대만 판결에 항소하지 말고 특별법의 시행령 격인 고시를 개정해 소록도와 낙생원 모두를 보상대상 시설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해왔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항소 후 화해' 방침은 대만·한국의 한센인들을 특별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려는 것. 항소기일은 8일로 끝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21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7일 성명을 통해 "항소제기는 일본 한센인과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인권유린을 당한 소록도 한센인들에 대하여 보상금액, 대상 등에 있어 이를 차별하려는 의도"라며 "대만 판결에 대한 항소를 단념하고 조속한 평등구제를 위한 즉각적인 보상작업에 착수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선 변호사(법무법인 동화)도 "특별법에 따라 강제격리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는 기조의 보상이어야 하는데 시혜적인 차원에서 인심 쓰듯 해서는 안 된다"며 "항소심 과정에서 '화해'하게 되면 일본 정부는 보상액을 줄이거나 보상대상자를 엄격하게 정하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일본 동경지방재판소 민사38부는 대만 낙생원에 강제수용됐던 대만 한센인 25명이 한센병보상특별법에 의한 보상을 거부한 일본 정부의 행정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같은날 같은재판소 민사3부는 한국 소록도갱생원에 강제수용됐던 한국 한센인 117명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해 물의를 빚었다.
한센병보상특별법은 2001년 5월 구마모토지방재판소가 1907년부터 1996년 '나예방법'이 폐지될 때까지 90여년 동안 가해왔던 '일본 한센인들에 대한 강제격리정책이 한센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므로, 정부는 입소기간에 따라 1인당 800만원-1400만엔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하라'고 선고하자 만들어졌다. 이 법은 '나예방법'에 의해 직접 피해를 받지 않았던 오키나와 정부 시대의 오키나와현 요양소 입소자와 사립 요양소 입소자도 동일하게 구제했다.
하지만 민사3부는 일제의 소록도 한센인들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후생성 고시 규정이 소록도를 보상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해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반해 민사38부는 "넓게 망라적으로 한센병의 구호, 요양시설에 입소하고 있었던 사람을 구제하고자 하는 특별한 입법"이라며 "대만에 소재하고 있던 시설이라는 것만의 이유로, 그곳의 입소자를 보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평등취급의 원칙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정반대로 판결했다.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