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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빈곤과 차별을 태워버려라

프랑스 전역이 분노의 화염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빈곤과 차별에 억눌려 왔던 이주자들의 분노는 2주일간 프랑스 사회에 거대한 봉화불처럼 타올랐다. 이제 불길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지만 니콜라스 사르코지 내무장관의 '범죄자는 추방한다'는 엄포로는 봇물터지기 시작한 이들의 항거를 쉽게 차단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인권선진국임을 자처하며 제3세계의 인권교사로 허세를 부려온 선진국의 인권 실상을 최근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뉴올리언스 흑인 빈민들의 대량 사망에서도 뚜렷이 경험한 바 있다. 이른바 '인권외교'를 내세워 제3세계 국가들에게 강요해 온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이념이 그들의 악취나는 차별과 불평등의 현실을 덮고 있는 위장막이었던 것이다.

이번 프랑스 이주자사회의 봉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다투어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북아프리카계 이민자 사회의 높은 실업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인종차별,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억압, 차별 정책, 소외감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이 많은 원인들이 모두다 이번 봉기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1960년대 경기 활황에 따라 서유럽 국가들은 북아프리카의 이주자들을 대거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 현상을 메우기 시작한다. 80년대 후반, 경기침체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복지정책이 후퇴하자 이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는 참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번 봉기의 진원지가 되었던 파리 외곽의 빈민가 역시 80년대까지는 백인 사회가 공존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은 이주자를 제외시켰고 이곳은 이주자들의 게토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결코 프랑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해마다 유럽연합으로 들어가는 합법 이주자는 130만명에 달하지만 '불법' 이주자를 합치면 700만명에 이르며 백인들이 꺼려하는 청소 등 육체 노동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번 봉기가 다른 국가에도 서서히 번져나가는 현상은 유럽 연합의 이주자 사회가 '내부 식민지'와 다름없다는 뼈아픈 지적이 사실임을 입증한다.

서유럽 사회의 안전망으로 구실했던 복지시스템이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서서히 녹아버리면서 그 아래 잠복해 있던 차별과 배제 그리고 빈곤과 소외의 문제가 앙상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주자들이 불태워버린 것은 숱한 불평등을 가리고 있는 위선의 가면이며, 전 세계는 흉물스럽게 드러난 불평등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주자에 대한 사회통합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결코 이주자 정책대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번 봉기는 '무슬림 청년들의 폭동'이 아니라 '빈곤과 차별에 내몰린 가난한 민중들의 절규'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파이 한 조각'을 얻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