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동맹의 꽃, ‘파병’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의지연합국들의 새로운 전쟁동맹이었습니다. 동맹의 원칙은, 미국이 요청하면 언제든지 전쟁터로 달려가 점령수행의 보조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 때 국제법과 국내헌법을 위반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아야 합니다. 그러니 자국민의 목소리쯤은 당연히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미국의 이라크연구그룹이 제시한 철군 일정표와 악의 축 국가들과의 대화 등 제시된 과제들을 부시 대통령이 얼마만큼 받아들일지에 대해 국내외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권고들을 따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권고들을 따르는 것은 바로 부시행정부가 구상해온 새중동정책 자체가 오류임을 받아들이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이라크 내에는 미군의 거대 영구기지 4곳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지배는 자신들의 계획대로 점점 공고히 착수되고 있는 것이지요.
전쟁과 이라크인의 삶
이라크가 평화로 가는 길은 날이 갈수록 멀어만 보입니다. 전쟁의 포화가 꺼질 줄 모르고 있는데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 정책이 빚은 결과인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를 가로지르는 내부 분열의 이데올로기들이 활개치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 사회의 폭력적 상황은 통제 불능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이라크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는 미군마저도 이러한 폭력적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니 미군과 그 외 다국적군이 이라크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이겠죠. 이 속에서 당연히 사람들이 삶에서 누려야 할 일상의 질서는 폭삭 무너져버렸습니다.
영국 의학 잡지인 랜싯은 10월 보고서에서 2003년 3월 미국의 침공부터 2006년 7월까지 이라크인의 사망자 수는 65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통계가 이라크 사람들에게는 곧 삶이자 현실입니다. 전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위협으로부터 한시도 벗어날 수 없는 곳, 그 곳에서 숨을 쉬는 고통은 어떠한 것일까요.
이라크인 사망자 65만 명, 65시간의 연대
고통과 연대하는 것은 확실히 즐겁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현재보다 더 큰 억압과 그에 수반될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암울한 미래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희망의 존재를 믿으며 지금까지 걸어온 길 위에서 다시 발걸음을 떼기로 했습니다.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 자이툰 부대 즉각 철군을 위한 65시간 릴레이 평화행동’을 진행합니다. 65시간 릴레이 평화행동은 전쟁과 점령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평화행진, 파병을 찬성하는 국회와 청와대, 미대사관 등 전쟁기계들을 찾아다니며 항의하는 반전투어, 평화의 불을 밝히는 촛불집회와 광화문 피스몹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65시간 릴레이 평화행동’은 전쟁과 점령으로 인해 무력과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 65만 명의 고통에 연대하며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염원에서 비롯된 평화행동입니다. 누구도 전쟁으로 목숨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누구도 전쟁으로 평화로운 일상을 빼앗겨서도 안됩니다. 지금 여기, 전쟁은 없지만 우리의 잘못된 선택이 누군가를 죽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이 잘못된 것이라면 미군과 동맹을 맺고 힘을 보태고 있는 우리 군대도 명백히 잘못된 전쟁에 가담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표자’들이라고 하는 국회 안에 있는 저들이 전쟁에 가담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 민중들을 전쟁으로 몰아넣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손을 빌어 누군가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게 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 역시 우리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큰 힘은 아니지만 작은 힘들이 모여 65시간 릴레이 평화행동을 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임
지은 님은 경계를넘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