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달기
이번 워크숍에서 현장 장애인권교육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둠활동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정리하는 값진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 모둠에서 4개~5개의 장애인의 주제별 권리를 가지고 색도화지에 각 주제별 권리가 가지는 의미를 단어나 그림을 5가지 정도로 뽑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각 권리별로 나온 쟁점을 토론을 했어요.
모둠활동을 하면서 정리된 내용을 발표하면서 바로바로 컴퓨터로 정리하는 방식이었어요. 모둠에서 각 권리별로 개념을 정리하고 나서 진행자가 각 권리에 해당하는 쟁점을 연기를 통해 던지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하면서 대응했습니다. 이미 모둠에서 쟁점에 대한 논의를 1차적으로 마친 상태라, 준비 모둠이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나머지 모둠이 덧붙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순서대로 발표, 덧붙이기의 통상적인 진행이 아니라 발표에 맞는 쟁점을 진행자가 순간순간 ‘연기’를 하며 던지는 식이어서 참여자들의 긴장감이 한층 높았습니다. 더욱이 일정이 빡빡해서 활동가들이 지칠 법도 한데 중간 중간에 재밌는 놀이와 권리에 대한 신선한 은유, 쟁점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 때문에 서로서로가 배우고 힘을 받는 시간이었답니다.
더불어 날개짓
장애인의 노동권과 관련해 이런 질문이 던져진다면 어떨까요?
“일도 못하는데, 장애인도 최저임금을 줘야해? 최저임금은 일하는 사람들, 능력 있는 사람들 최소한 생활할 수 있게 해주라는 것이야. 그 법은 장애인 도와주라는 법이 아니야!”
이런 질문에 참여자들은 답해야 했는데요. 장애인의 노동권을 고민했던 모둠은 ‘경쟁력과 효율’이 노동의 최고 가치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장애인의 노동권은 ‘썩은 동아줄, 외줄 타기’라고 설명했어요. 장애인 노동권을 논의한 모둠은 이런 은유적 표현이 장애인의 불안정한 고용 때문에 나온 말이라고 했습니다. 위의 쟁점에 대해 장애인도 노동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에서 적용에서 제외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 됐어요.
교육권의 경우에는 은유적인 설명으로 ‘유리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장애인에게 교육이 필요하지만 장애인 교육은 너무나 특별한 것으로 생각해서 비장애인과 분리하려는 교육정책 때문에 나온 의미였습니다. 쟁점토론에서는 “장애학생과 통합 교육하자는데, 왜 우리 권리는 생각하지 않냐. 남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잖아.”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의미가 지식 습득뿐만 아니라 사회성 교육도 중요한 영역이므로 통합교육의 전인교육의 길이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맞받아 쳤지요.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 권리에 대해서는 ‘권력탈출’이라는 의미를 찾았는데요. 탈시설 자립생활의 권리가 장애인을 분리, 배제하려는 권력으로부터 탈출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장애인의 ‘참정권’에서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확성기’라는 은유가 제시됐습니다. 그리고 쟁점토론에서는 “편의 제공 비용이 많이 드는데 꼭 장애인 투표소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주제가 던져졌습니다. 이에 대해 장애인의 삶이 배제되어 있는 현실에서 투표권 행사는 배제를 넘어 동등한 시민으로 참여하는 것이므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근본적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또 장애인의 ‘성’은 ‘쉽게 붙였다 뗐다’한다는 의미에서 반창고라는 설명이 있었어요. 시설장이나 부모 맘대로 성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대상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이어진 쟁점토론에서는 “장애인 화장실 남녀 구분하자고 하는데, 장애인 잘 이용도 안 하던데 굳이 따로 만들어야 하나? 활동보조인들이 장애인을 이성으로 보나? 자식처럼 보는 거다”라는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남녀 구분하지 않더라도 독립적인 1인 1실이 주어지거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공간을 넓게 차지하더라도 구별된 화장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돋보였습니다.
신발에 치수가 있듯이 장애인에게도 ‘적합한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보접근권에서 나왔습니다. 또 장애인의 이동권은 ‘끊어진 다리’라는 설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동의 수단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이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기 때문이지요.
‘빨대’는 좀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장애인의 권리 중 무엇일까요? 바로 문화권이었습니다. 장애인의 문화권 보장에 대해 “영화관에 가도 장애인 몇 명 없더라. 그런데 화면해설, 문자, 수화통역을 굳이 다 배치해야 하나?”라는 반론이 제기 됐습니다. 이에 대해 ‘장애인들이 적게 오는 것은 적당한 편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오고 싶어도 못가는 것이고 수화통역이 몇몇만을 위한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 경우 시력이 나쁠 때 화면해설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냐.’라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 외에도 집회 결사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폭력,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 최저생활, 표현의 자유, 국적의 자유, 가족 구성권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머리를 맞대며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한 논의 방식인 만큼 장시간 토론과 논의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했습니다. 더욱이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 많은 권리조항을 살펴봐야했기 때문에 벅차기도 했지요. 하지만 참여자들은 “장애인 복지를 하면서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몰랐던 것이 부끄럽다. 실제 장애인 만날 때 고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아는 게 너무 없구나...... 고민도 부족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많은 권리들, 많은 쟁점들이 벅찼다. 쟁점 불거져 나왔을 때 교육하는 사람으로 나는 어떤 태도를 이야기 할 것인가가 교육과정에서 고민이 될 것 같다.”는 소감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워크숍을 통해 장애인의 권리를 정리하면서 ‘해냈다’는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이번에 정리한 내용과 경험이 앞으로 장애인권교육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밑거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덧붙임
이혜영 님은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가이자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