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사람들은 저마다 꿈을 꿉니다. 많은 이들이 꿈을 꾸는 데에 멈추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립니다. 그런데 어떤 꿈에 대해서는 그러면 큰일 난대요. 물론 다른 이의 몫이나 행복을 빼앗는 꿈이 아닌데도 말이죠. 여기,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말했다고 벌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자기가 꿈꾸는 학교를 일구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더니 너는 그럴 자격이 없다며 기회조차 빼앗긴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의 기가 막힌 사연, 들어보실래요?
한 아무개 선생님의 사연
나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고 있어요. 학교가 워낙 답답한 곳이긴 했지만 쥐박이가 대통령이 된 다음부터는 더하답니다. 어찌나 공부! 공부! 공부! 하는지 국어랑 수학 점수가 60점 아래인 학생은 꼭 남겨서 공부시키라 하고, 어느 학교가 더 공부를 많이 시키고 잘하는지 공개한다고 으르렁되지요. 그래서 교장/교감 선생님은 교실마다 돌아다니면서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영어방송은 잘 보고 있나 딴 짓은 안하나 감시를 하기도 합니다. 또 시험은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_-_전국의 모든 학생이 동시에 같은 문제를 풀고 점수 매기는 일제고사를 일 년에 두 번 보고, 학교에서 따로 보는 시험도 많아졌어요. 심지어 초등학교 1학년도 시험을 본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을 점수로 한 줄로 세우고 경쟁만 가르칩니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학교 다니기 싫어요. 나도 이런데 학생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이건 아니다! 내가 꿈꾸는 세상이랑 너무 다르다고, 세상을 향해 외쳤습니다. 나와 같은 생각인 교사들과 함께, 정부에다가 우리 의견을 전했답니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시국선언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어떻게 됐냐고요? 짤릴 거라네요, 나원 참.
이 아무개 학생의 사연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다고 생각해요. 잘못을 잘못이라 당당히 외칠 수 있어야 한다는 학교의 가르침대로, 교과서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집회에도 나갔었죠. 마찬가지로, 몇몇 어른들이 정해놓은 학교 규칙(학칙)을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학칙을 바꾸자는 운동을 학교 친구들에게 제안하기도 했어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학교의 가르침대로, 학칙을 우리가 지켜야 하는 진짜 우리들의 약속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요. 나는, 내가 꿈꾸는 학교를 일구기 위해 친구들과 학교에다 말하는 걸 멈추지 않았고 학생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안 된다네요. 담임선생님이랑 상의도 안 하고 학교 규칙을 바꾸자는 꿈을 꿨다고, 촛불집회에 나갔었다고 학생회장이 되면 안 된대요, 헐.
누구의 꿈도 억눌려서는 안 되지
왜 이들은 꿈을 이야기했다고 벌을 받고, ‘꿈 깨’ 라며 기회조차 빼앗긴 걸까요? 바로, 이들의 꿈은 너무 정치적이라는 거예요. 엥? 정치? 이들이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닌데 ‘정치’라니? 정치라는 낱말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요. 누구는 정치인들의 모습 때문에 정치를 무작정 싫어하기도 하고요. 근데 사실 정치는 우리랑 전혀 상관없는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세상에다가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진짜로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것. 이러한 것들을 정치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있답니다! 물론 자기랑 꿈이 다른 사람들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거나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총을 메고 나와 으르렁거리는 등 폭력적으로 굴면 안 되겠지만요.
그래서 한 선생님이나 그 고등학생은 어떻게 되었냐고요? 많은 이들이, 대통령이 나라를 운영하는 방법에 대해 잘못이라며 한 선생님처럼 자기 이름을 걸고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억눌리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며, 한 선생님이 벌 받게 된 것에 대해 함께 싸우기로 했지요. 아까 그 학생도 마찬가지예요. 학교 친구들이 함께 촛불을 들고 학교의 잘못을 꼬집었어요. 학교는 일단 잘못을 인정하며, 학생회장 후보 등록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네요.
먹고 자는 것만큼 당연하고 당연한 것
이런 일은 아주 흔하답니다. 박 아무개님은, 장애를 가진 이들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꿈꾸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이들에게 자기 의견을 이야기했어요. 그러다보니 장애인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직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꿈도 꾸게 되었고요. 진짜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따져보았지요. 국회의원들을 만나서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싸워서, 결국 장애를 가졌다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법을 만들었답니다. 또 인권영화제 사람들은, 우리가 보고 싶은 모든 영화를 정부에서 먼저 살피고 봐도 되는지 안 되는지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로 했어요. 정부의 잣대로 이리 재고 저리 재는 것은 잘못이고, 오래 전부터 해오던 거니까 어쩔 수 없지라며 가만있지 말고 바꾸자고 말이지요. 이러한 것들은 모두 정치적 표현입니다. 많은 이들이 함께 함으로써 조금씩 바꿔나가 꿈을 이룬 경우들입니다. 또는 그 길 위에 있는 일들입니다. 이러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우리가 제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씨앗이지요.
그대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가요? 얘기하면 누군가에게 억눌리거나 벌 받을 것 같나요?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랍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목 마르면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화장실 가는 것만큼 아주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또 정치라는 게,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배 나온 아저씨 아줌마들이 멋지게 차려입고 가슴에 금배지 달고 잘난 척 거드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늘 상 우리들이 하던 것이며 별 거 아니라는 거! 잊지 말고, 끊임없이 다른 이들과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일구기 위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자구요. 그게 바로 사는 것이니까요!
덧붙임
괭이눈 님은 인권교육센타 ‘들’의 활동가입니다.